셉테드 기법 적용으로 범죄 사전 예방 도모해
대전 대덕구 대화동 일원.
이 곳은 지난 1970년 이후 조성된 1·2산업단지로 인해 대전의 산업중심지였다. 산단에는 200여개 업체가 입주, 당시 산업시설이 사실상 전무했던 대전의 경제를 견인했고 지역 발전의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시설의 노후화와 더불어 도시개발로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산단은 되려 도시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떠안겨졌다. 공·폐가가 잇따랐고, 범죄 위험에도 취약했다. 그만큼 으슥한 곳이 적잖아 비행청소년들의 공간이 돼 여성들이 밤에 돌아다니기가 겁난다는 말도 나왔다.
그랬던 대화동의 분위기가 최근 달라졌다. 대전세종연구원과 주민들이 합심해 주변의 환경디자인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 프로젝트’다. 등대가 밤바다에서 배들에게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고 회귀할 장소를 알리는 것처럼 주민들에게 안전하고 함께 공유·소통할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화 어린이놀이터를 중심으로 골목 곳곳엔 범죄예방을 위한 셉테드(CPTED) 기법이 적용됐다. 공·폐가에 가림막이 설치됐고, 타공판을 통해 공·폐가의 내부도 확인 가능케 했다. 막다른 길에 대한 표시와 함께 벽면에는 화이트 계열의 색상으로 기존의 노후화에 따른 위협적인 분위기를 완화시켰다. 특히, 바닥엔 경계심과 주목성을 부여하는 삼각 패턴으로 보행자의 안심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정차로 인한 노출도 문제도 저감시켰다. 놀이터엔 가설 건축물인 컨테이너를 제작·설치하고, 이 공간을 주민 실내운동 공간이자 회의실, 전망대,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게함으로서 주민들이 상시 거주할 수 있게 했고, 공원과 마을을 연결하는 계단과 옹벽의 환경정비로 주민들의 운동 공간을 마련하고, 낡은 이미지를 대폭 변화시켰다.
이런 공간 탈바꿈은 주민들의 발길도 끌어들였다. 기피의 공간이 아닌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것이다. 늦은 밤 오르막길도 휴대전화의 불빛에 의존하거나 동행자 없이는 꺼러졌던 귀가길도 부담스럽지 않게 됐다.
프로젝트를 총괄기획한 이형복 대전세종연구원 박사는 “공·폐가로 인해 위험하고 낡은 동네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주민이 함께 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밝은 공간이 된 데 주민들께서 매우 좋아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저로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이 박사는 “달라진 골목과 거리가 앞으로도 주민이 행복한 공간이 되려면 사용자인 주민 스스로가 이 곳에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가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바랬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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