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시행, 지역 대형병원 ‘불만’ 예고
다음달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주관으로 실시될 예정인 ‘환자경험 평가’를 앞두고 지역 대학병원 등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을 목적으로 환자 평가에 나서지만, 평가 대상인 대형병원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25일 대전지역 대학병원 등에 따르면 ‘안전과 질을 높이는 평가’를 목표로 추진되는 ‘2017년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항목에 환자경험 평가가 새롭게 추가됐다.
환자경험 평가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로부터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을 비롯해 투약 및 치료과정 등 경험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7월부터 전화설문으로 이뤄지는 이번 평가는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만 19세가 넘은 1일 이상 입원환자로, 퇴원한지 48시간부터 8주 이내가 대상이다.
지역 병원 중에서는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대전성모병원 등 대학병원이 평가 대상에 해당된다.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의료진과 이야기할 기회가 충분했는지, 의료진의 설명이 이해하기 쉬웠는지, 치료과정에 환자가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지 등을 전화로 답하게 된다.
이 평가는 의료 질 향상 및 성숙한 의료문화 정착 등을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직접 치료경험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결과는 심평원의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된다.
환자경험 평가 시행에 대해 지역 내 일부 병원들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 질 제고라는 취지는 좋으나 환자의 경험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 문항의 타당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이 예의를 갖추었는지, 의료진으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았는지 등을 점수로 매긴다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객관화해서 평가지표로 사용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의료 소비자임에도 불만이 생기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가 점차 바뀔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심평원은 의료계와 학계, 환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평가인 만큼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하고 보완할 계획”이라며 “평가 결과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착되면 부작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환자경험 평가가 지역 의료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박전규 기자 jkpar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