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의 암울한 현주소 “골목슈퍼 다 사라져. 가망이 없어”

  • 경제/과학
  • 유통/쇼핑

골목상권의 암울한 현주소 “골목슈퍼 다 사라져. 가망이 없어”

  • 승인 2017-06-22 16:55
  • 신문게재 2017-06-23 6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구 대흥동 인근 슈퍼 2~3년 사이에 곳곳서 폐점

하루 매출 정산도 민망한 수준 … 재고 정리에 더 바빠

정부의 골목상권 살리기 공약 빠른 제도와 정책 필요




“대형마트 때문에 안돼. 저 모퉁이 슈퍼도, 저 왼편 슈퍼도 문 닫았어. 슈퍼는 다 사라질겨.”

대전 중구 대흥동 골목의 한 슈퍼. 가지런히 정리된 생필품과 어울리지 않게 손님 하나 없는 쓸쓸한 모습이다. 손님이 아닌 TV와 마주 보고 있는 주인 할머니는 파리 한 마리 없는 썰렁한 슈퍼를 지키며 간간이 방문하는 손님을 맞고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요즘 어때요?”라는 기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형마트 때문에 슈퍼가 사라지고 있다고 손사래 쳤다.

실제 대흥동 주변 골목상권의 슈퍼는 최근 2~3년 사이 하나둘씩 정리되고 있다. 규모가 그나마 큰 할인판매점은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만, 할머니의 슈퍼처럼 소형상점은 하루 매출을 손꼽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슈퍼가 사라진 자리는 회전율이 높은 음식점과 커피숍으로 바뀌었고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선 곳도 있었다.

“잘 나가는 물건? 날짜 지난 상품 정리하는 게 일이야. 담배가 그나마 잘 나가는데, 가격도 올리고 혐오 그림까지 박혀 나와서 영 안나가. 여름이니까 물, 아이스크림이 나가긴 하지만 별 볼일 없어.”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마트가 들어설 부지가 마땅치 않은 대전의 경우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크게 옥죄는 형국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대형유통마트가 저렴한 가격대의 슈퍼마켓 상권을 지역 곳곳에 조성하면서 유통시장판이 급변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접근하기 어려운 중장년층까지 유입할 수 있고 슈퍼형태라는 이점을 살려 확장세에 가속이 붙고 있다. 최근 백화점 세이에 문을 연 이마트 노브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대흥동이 주택상권이라 해도 손님이 없어. 다들 차 끌고나가서 대형마트로 가니까. 신선하고 뭐 하나 덧붙여 주고 얼마나 좋겠어. 내가 슈퍼를 하지만 마트에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은 너무 잘 알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5월 출점 점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화할 것과 주변 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를 도입해줄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경제대책단은 골목상권 활성화 공약과 10대 약속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성 있는 제도는 전무하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오래전 지났다. 새 정부가 보여줘야 할 대책안은 골목상권의 희생이 아닌 상생이 기반돼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작은 슈퍼의 주인으로 53년 한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골목슈퍼는 사라진다고 되뇌었다.

“나야 50여 년 평생 슈퍼만 했고 자식들 다 키웠으니 그만해도 소원이 없어. 이거 하나 바라보고 사는 젊은 사람들은 어쩌면 좋아. 밥줄이 사라지면 자식들은 어찌 키울고.”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