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에도 100년 넘는 카페, 식당이 있어야 도시 경쟁력이 생길수 있다는 김효진(비엔나 국립음대 석사과정, 바이올린) |
둔산, 원도심 등에도 온고지신(溫故知新) 실천 중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슈니첼’은 돼지, 송아지, 닭 등의 고기를 얇게 펴서 튀겨낸 것으로 ‘돈가스’와 아주 비슷한 요리이다.
▲ 1905년 문을 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식당 '피글뮬러' .올해로 112년 째 성업중이다. |
이곳은 현지인 뿐 아니라 비엔나를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이 꼭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히 유명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식당이 1905년에 개업하여 무려 112년의 전통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아주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던 이곳은 하나의 그룹이 되어 분점은 물론 계열 식당과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도시인 비엔나는 말 그대로 관광객에 초점을 둔 식당들이 굉장히 많다. 어떤 식당을 추천할 때 ‘여긴 현지인들이 잘 가는 곳이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차이가 어느 정도 분명하다.
피글뮬러에서는 처음 찾아와 잔뜩 기대에 부푼 관광객과 평생 즐겨 찾고 있는 현지인 단골손님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112년 동안 그 맛과 명성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피글뮬러의 슈니첼을 굉장히 좋아한다. 곁들여 먹는 음식인 호박씨 기름을 두른 감자 샐러드도 다른 식당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식사를 하던 어느 날 문득, “왜 한국에는 이렇게 전통이 깊은 식당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이나 일본에는 몇 대를 걸쳐 내려오는 100년, 200년 이상 오래된 식당들이 굉장히 많다. 그에 비해 한국은 지역별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식당들이 대개 70∼80년 정도이고, 간혹 백 년이 넘었다는 식당이 있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증명이 어렵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급진적인 근대화와 전쟁의 역사로 격동의 시절을 보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달라져야만 했으므로 어느 한 식당이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식당을 떠나 고택이나 유적 등과 같은 ‘옛 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곳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지난 해 대전에서도 정훈 시인 고택 철거 소식에 많은 문학인들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결국 집행되고 말았다. 근대 문화유산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철거하고 공영주차장이나 높은 빌딩, 병원 등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후 되었다는 이유로 유지보수가 아닌 철거를 택하고 새로움을 우선시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거 없이는 현재도 없고 현재 없이는 미래도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지금의 우리가 있게 한 과거의 문화와 정신을 잘 보존하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거울삼아 현재를 살아갈 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비엔나=김효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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