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가 세운 사죄의 비(위)와 아들이 무단설치한 위령비(아래) |
충남서 688곳 강제동원 현장 기록
신고된 사망자만 100여명이나 보존이나 기록 없어
망향의동산 일본인 사죄비 아들에 의해 훼손
일제 강제동원의 현장은 충청권에도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ㆍ2000년 사망)의 강제징용 사죄비가 천안 서북구 국립망향의동산에서 그의 아들에 의해 훼손되면서 강제동원 역사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이명수 국회의원(충남 아산시갑)의 자료에 따르면 충남 지역에만 강제동원돼 광물, 철도 등을 건설한 현장이 688곳이나 된다. 이 과정에서 신고된 사망자가 1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충남 어느 곳도 강제동원 현장임을 안내하거나 아픈 역사를 현장에 기록으로 남긴 곳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일제 미쓰비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숙소를 잘 보존한 경기도 부평의 ‘삼릉’을 비롯해 부평토굴 등을 역사기행 코스로 운영하는 인천이나 화정동 동굴과 일제 가네보공업공장이 있던 전남방직 등을 순례지로 만든 광주시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국립망향의동산 내 요시다세이지가 1984년 세운 ‘일본인의 사죄비’를 지난 4월 그의 아들이 위령비로 무단 교체한 사건은 강제동원의 역사가 위협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요시다 세이지는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임무를 맡았던 인물로 “제주도에서 많은 여성을 무리하게 연행했다”고 주장했고, 아사히 신문은 이를 바탕으로 16차례에 걸쳐 강제징용 관련 보도를 했다.
하지만, 2014년 8월 요시다의 발언 내용은 근거가 없다며 관련 기사를 32년 만에 폐기했다. 요시다는 자서전인 ‘나의 전쟁범죄 조선인 강제연행’이라는 책을 발간해 그 인세로 망향의동산에 ‘사죄비’를 직접 세우고, 제막식에 참석했다.
“나는 징용과 강제연행을 실행지휘한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깊이 반성하여 이웃에 사죄하는 바입니다”고 적은 그의 사죄비는 그의 아들이 자위대의 전직 자위관을 시켜 ‘위령비’라고 쓰인 비석을 덧붙였다. 국립망향의동산은 덧붙인 위령비를 최근 떼어냈으나 당초 사죄비는 훼손돼 있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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