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예술 함께 걷는 'KAIST 엔드리스 로드’의 작가 3인을 만나다

  • 문화
  • 문화/출판

과학·예술 함께 걷는 'KAIST 엔드리스 로드’의 작가 3인을 만나다

  • 승인 2017-06-22 10:37
  • 신문게재 2017-06-23 11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 KAIST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 7기 입주작가인 백민석 소설가, 김봄 소설가, 김은주 시인.
▲ KAIST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 7기 입주작가인 백민석 소설가, 김봄 소설가, 김은주 시인.

KAIST에는 학문의 길은 끝이 없다는 뜻을 지닌 길이 하나 있다. 학교 서측의 '엔드리스 로드'라 불리는 도로는 과학과 예술의 끝없는 시너지를 추구하겠다는 의미와 더불어 캐도 캐도 끝없이 나오는 창작 소재의 보고(寶庫)로써의 KAIST를 빗댄 말이기도 하다.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문화교류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지난 2013년 10월부터 이 길의 이름을 딴 ‘엔드리스 로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과학의 도시 대전, 국내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KAIST에서 스토리텔링의 비법과 힘을 전수하고 있는 7기 입주작가(백민석 소설가, 김봄 소설가, 김은주 시인)를 만나봤다.

▲ 백민석 소설가
▲ 백민석 소설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뭔가.

▲<백민석>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는데 페친이 올린 웹포스터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 한마디로 외로우려고 왔다. <김봄>두뇌 회로가 다른, 정말 외계의 존재들끼리 만나는 자리는 참 매력적이다. 그런 낯선 체험, 낯선 교류를 하고 싶었다. <김은주>낯선 곳에 새로운 방을 갖는 것, 그 방과 천천히 친해지며 이내 익숙해지는 것, 그 사이 어디쯤에서 매일 조금씩 읽고 쓰는 걸 하고 싶었다.

-작가로서 이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고 보나.

▲<김봄>타지에서의 일도 있어 오고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대전이 좋아졌다. 작업하기도 좋고 창작하는 데도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다. <김은주>매주 월요일 학내 구성원에게 메일로 시(詩) 배달을 하고 있는데 자주 접하는 고전이나 베스트셀러 외에도 좋은 시, 젊은 시가 많다는 걸 소개하는 즐거움이 크다. 덕분에 스스로도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신작시 10편, 산문 두 개를 썼으니 과작하는 편인 데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또 크고 작은 미션을 끊임없이 수행해야 하는 도시를 벗어나 일상을 간소화하고 집중하며 충분히 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백민석>원했던 작업량보다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작품 4개를 완성했고 그 중 한 작품은 출간됐다. 나에겐 이곳이 ‘감옥’같다. 그래서인지 작업이 잘된다. ‘작업명당‘이다.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학과 예술의 만남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보나.

▲<김은주> 예술에 있어 과학뿐 아니라 모든 장르와의 화학작용은 매력적이다. <백민석>아이디어의 공유, 데어터의 집적과 무의식적 창조능력의 결합으로 본다. <김봄>시너지가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달에 인간을 제일 먼저 보낸 건, 과학자가 아니라 작가다. 상상력의 한계는 공학도든, 예술가든 늘 고민하는 것이고, 비유와 상징으로 번진 문장이 예술가는 물론 과학자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다. ‘통섭’까지 가지 않아도, 접촉 자체에서 오는 자극은 절대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포항공대와 교류수학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예종 교수들은 포항공대에 가서 ‘예술의 산책’이란 강의를 하고, 포항공대 교수들은 ‘과학의 산책’이라는 강의를 했었는데 두 학교 학생들 모두 열광하는 수업이었다. KAIST도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이미 7기까지 확보된 예술가들을 한 학기에 몇 명씩 초빙해서 특강 형식의 릴레이 강의를 이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김봄 소설가
▲ 김봄 소설가

-대전에 대한 인상과 일상은 어떤가.

▲<백민석>대전은 서울과 달리 너무 깨끗하고 한적해서 좋다, 특히 갑천 최고!. <김봄>시내까지 어지간한 마트와 백화점은 다 다녀봤는 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유성터미널 뒤쪽 재래시장이었다. 그곳에서 언어 장애가 있는 상인이 파는 호떡을 사먹고 노점에서 사과도 반 박스 샀는데 너무 신선하고 달아 오래 두고 먹었다.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대전에 또 오게 될 것 같다. 특히 찬란한 ‘봄’을 이곳에서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김은주>서울에 있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마음먹지 못해 방문을 미뤄왔던 항공우주연구원 견학을 다녀왔다. 평일이라 개인 방문객이 혼자였는데 친절하게 맞이해줘서 기억에 남는다. 또 학내 오리연못 주변의 거위들을 보러 자주 간다. ‘순돌이’라고 이름 지어준 거위가 있는데, 근처로 가면 저를 알아보고 다가온다.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사이니 KAIST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닐까 한다.

-학내 구성원들과 어떤 교류활동을 해오고 있나.

▲<김봄>지난 5월 11일부터 4주간 4회에 걸쳐 ‘매력적인 캐릭터 연구회’ 특강을 가졌다. 학생들의 지적인 욕구가 높을 것으로 생각해 첫 강의부터 준비를 많이 해갔는 데도 불구하고 질문이 상당히 많아서 놀랐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강의가 조금 어려웠다는 평도 있었다.<김은주>지난 4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詩요일의 시배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가가 선정한 한 편의 시를 코멘트와 함께 이메일로 전송하는 데 신청자가 300명 가까이 된다. 역대 최다 참여자 수라고 해서 어깨가 무겁다. 한번은 참여자에게서 답메일을 받았는데 반갑고 뿌듯했다. <백민석>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 특강’을 4~5월 4주간 4회 걸쳐 진행했다.

▲ 김은주 시인
▲ 김은주 시인

-앞으로 프로그램 참여 희망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은주>엔드리스로드를 거쳐 간 작가가 스무 명 가량 된다고 하는데 시인은 제가 처음이라고 한다. 일상의 리듬을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보다는, 숨겨져 있는 감각을 열어주는 시도로써 많은 시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한다. <백민석>젊은 학생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김봄>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들이 학내 구성원들과 교류했으면 좋겠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교내를 오가면서 소소한 인연을 만들었으면 한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경제과학부장)
정리=현옥란·사진=이성희 기자


<7기 입주작가 소개>

▲백민석(소설가) 작가=1995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로 데뷔했으며,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장편 <러셔>, <공포의 세기> 등을 집필했다.

▲김봄(소설가) 작가=십대 폭주족을 소재로 미성년 ‘루저’들의 좌절을 다룬 단편소설 <내 이름은 나나>로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첫 번째 소설집 <아오리를 먹는 오후>를 집필했다.

▲김은주(시인) 작가=200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희치희치>를 집필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