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폭염에 쉴 공간 제대로 없어
사업중단에 ‘대전시 뭐했나’지탄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죠. 이용자가 한둘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렇게 둘 건지 참... 빨리 이전해야 해요.”
체감온도가 30℃를 웃도는 20일 오전 11시께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시외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유성구민 이모(69ㆍ여)씨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이 같이 말했다. 좁은 정류소에는 출발과 도착을 반복하는 버스가 들락날락했다. 협소한 공간 탓에 버스는 주차와 출발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고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피해 돌아다니는 승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화장실과 대기공간도 열악하긴 마찬가지. 승객들은 그저 빨리 버스를 타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눈치였다.
지난 15일 대전도시공사가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에 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대전시민을 비롯한 시외버스 이용자들은 최소 1년 이상 이 같은 터미널을 더 이용할 수밖에 없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이 무산된 데 대해 시민들은 실망과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버스기사 김모(57)씨는 유성복합터미널 추진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실망했다고 한다. 김씨는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데 승객들이 쉴 곳도 마땅치 않은 곳”이라며 “주변 도로도 좁고 특히 장날이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닌데 언제까지 여길 터미널로 사용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잠깐 관심 갖다 말 게 아니고 이번엔 제대로 추진해서 꼭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에서 시외버스로 통학하는 충남대 학생 한선진(22ㆍ여)씨는 하루 빨리 복합터미널이 조성돼 터미널을 편하게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한씨는 “현재 정류소는 예약시스템도 없고 터미널이 좁아서 승하차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대기할 수 있게 터미널이 새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구 구암동에 사는 박모(76)씨는 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과 행정을 책임지는 대전시를 비난했다. 박씨는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하겠다고 약속하고 발표한 걸 안 하면 어떡하냐”며 “시민과의 약속인데 잘 지켜질 수 있게 대전시도 더 노력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유성시외버스정류소에 처음 와본 인천 시민 정모(48)씨는 “광역시에 이런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일상처럼 버스와 사람이 엉켜 있는데 이러다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새 터미널이 하루 빨리 만들어지는 게 대전시민에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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