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손자 어깨에 태극기 직접 달아
“자랑스럽다. 손자야. 이제는 너희가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위기에서 조국을 지켜낸 함현규(88)ㆍ이창우(86)옹이 군인인 친손자에게 건낸 말이다.
20일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서 5주간의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의 수료식이 열렸다.
이날 수료한 신병 862명은 이틀 뒤 전후방 각급 부대로 배속돼 국토방위의 의무를 계속 이어나간다.
오전 11시 수료식이 시작됐다. 주름이 가득한 어르신 2명이 눈시울을 붉힌 채 훈련을 통해 늠름해진 신병들을 지켜봤다.
두 어르신의 손엔 조그마한 태극기가 들려있었다. 이 어르신들에겐 태극기는 단순히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아니다.
6·25 전쟁 당시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전복됐다. 전국에 태극기가 사라지는 참변을 직접 목격했다.
이들은 조국을 지키고자 기꺼이 입대를 결심했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가면서도 전장을 떠나지 않았다.
함 옹은 8사단 16연대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치렀다. 폭탄 파편에 콧등을 맞고 다리에 총탄을 맞으면서 조국을 지켰다.
이 어르신은 7사단 5연대 배속돼 참전했다. 영월과 정선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우는 등 수많은 전투를 겪었다.
그는 이 전투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화랑무공훈장을 2회나 받았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두 어르신은 자신의 손자 전투복 오른쪽 어깨에 태극기를 직접 달아 주었다.
이 광경이 펼쳐지자 함께 훈련을 수료한 신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두 어르신은 “너희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이제 대한민국은 너희 어깨에 달렸다. 대한민국 잘 부탁한다”며 “부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성실히 군 생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육군훈련소는 지난 2015년부터 장병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자긍심을 높이고자 육군용사 임명식 행사에서 부모님이 직접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신병에게 태극기를 부착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구재서 육군훈련소장은 “우리가 현재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참전용사들의 희생 덕분이다. 신병들이 참전용사들과 함께 자리를 가진다는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던 수료식이었다”며 “선배 전우들이 피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을 더욱 더 굳건히 지켜낼 수 있도록 정예 신병 육성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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