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대학원생의 지도교수를 노린 사제 텀블러 폭발물 사건 이후 대학원생들의 처우와 대학원 내 교수와 대학원생간 고질적인 ‘갑을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각 대학 온라인 게시판에는 지도교수의 부당한 행동과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처우를 고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이미 대학 스스로 자체적인 자정시스템을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 게시판에는 연세대 대학원생의 사제 폭탄을 계기로 대학원생들의 부당한 적폐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 이공계열 박사재학중이라고 밝힌 학생은 “여전히 연구비 문제의 경우 각자 통장에 입금돼도 다시 출금해 한 통장으로 입금시켜 관리한다. 그래도 쉬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 바닥을 영원히 떠날 생각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가 나서서 총대를 멜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그나마 사제폭탄을 만들수 있는 공대가 부럽다는 우스게 소리를 하기도 했다”며 “예ㆍ체능의 경우는 교수님 배웅에서부터 작업실 청소까지 노예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대 인권센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2016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조사’에서도 서울대 대학원생의 33.8%가 “폭언 및 욕설을 들었다”고 답했으며, ‘기합ㆍ구타’(3.9%), ‘논문이나 추천 등의 대가 제공 요청’(4.8%), ‘교수의 개인 업무 수행 지시’(14.7%) 등의 불합리한 요구를 받았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돼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번 사건 이후 교수사회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교수들의 경우 제자가 자신들을 노리고 폭탄을 설치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국립대 교수는 “이번 사건 이후 평소 편한 마음으로 생각없이 했던 말이 없었는지 지난 몇년간을 복기하게 됐다”며 “어쩌다 사제 지간이 이렇게까지 증오범죄로 치닫게 됐는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교수와 대학가 스스로의 자체노력만으로 교수와 대학원생간의 고착된 갑을관계가 개선될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대학원생은 “교수가 연구실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고, 교수의 허가가 나야 논문이 패스가 되고, 강의를 얻을수 있는 현 시스템에서 누가 감히 지도교수의 말을 거스를수 있겠냐”면서 “군사부일체의 문화, 상명하달의 문화를 절대적으로 바꾸지 않는한 이 같은 제2, 제3의 텀블러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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