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교권침해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제도 개선 필요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교사를 향해 책상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직접적으로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미’한 사건으로 처리돼 논란이다.
현재 이 학교는 학생 통제가 안 돼 한 차례 담임 교체 끝에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다.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와 학생 인권 강화로 상대적으로 교권 침해를 당하는 교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 서구 A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권침해를 견디다 못해 약 2개월 간 병가를 냈다.
이 학교 5학년 담임이었던 B교사는 지난 4월 중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동료교사의 말에 해당 학생들을 방과후 따로 교실에서 만났다가 봉변을 당했다. 생활지도를 위한 자리였지만 학생들은 책상을 던지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동료 교사들은 학생선도위원회를 열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 학생들에게는 학부모 상담 조치가 내려졌고, 교장과 학부모가 상담을 한번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B교사는 동료들의 설득에 다시 교단에 섰지만, 1개월 뒤인 5월 중순 결국 병가를 냈다. 이후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도 도를 넘은 교권침해에 2주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으며, 이 학급은 15일부터 새로운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은 상황이다.
교권침해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퇴학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의무교육인 초ㆍ중학교는 출석정지나 교내봉사, 학부모 상담 등의 조치가 전부다.
또 이번 사례처럼 욕설은 물론 책상을 던졌어도 직접적인 폭행이나 성폭행, 성추행을 당한 것이 아니라면 경미한 사항으로 분류돼 지역 교육청에 보고 조차 되지 않는다.
A초등학교도 담임교사가 2번이나 바뀔 만큼 심각한 교권침해가 발생했으나 시교육청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사실상 교사가 폭행을 당해도 학교장이 경미한 사항이라고 판단하면 사건이 축소되거나 은폐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교권침해와 관련해서는 경미한 사안이라도 시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신규교사들이 초등 고학년 담임을 맡는 구조도 개선이 시급하다.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학생 지도가 힘들다 보니 경력교사들은 1~3학년을 선호한다. 결국 신규교사들이 4~6학년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A초등학교도 올해 2년차 교사가 담임을 맡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오히려 해당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학부모들도 사안 발생시 학생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 협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