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웅산 묘역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 |
북한 도발 사건 잊지 말아야할 역사적 장소
아웅산 임시정부 총리를 위시해 같은날 피살된 미얀마 독립운동지도자 7명의 넋을 기리는 ‘영묘’가 있다. 우리가 아웅산 국립묘지라고 일컫고 해마다 7월 19일에 미얀마를 찾은 외국 정상들의 발길이 닿는 이유다.
이곳 한켠에는 고 서석준 부총리ㆍ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우리 정부 인사 17명의 이름이 세겨진 ‘아웅산 묘역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도 있다.
우리에게 비극의 장소로 각인되는 이곳은 지난 1983년 10월 9일 오전 10시 28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수행차 왔던 서석준 부총리 등이 폭사한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폭탄테러로 희생돼 우리에겐 남북분단의 한 아픔이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철저한 경계를 잊지말아야할 역사적 장소로 기억된다.
최철규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등 참배단이 지난 14일 오후 찾은 추모비 일원은 때마침 내린 비로 대지가 젖어들었다.
추모비 존재를 알리는 입구의 석판에 적힌 글귀부터 참배단의 얼굴을 숙연하게 했다. ‘추모비 문구가 적혀 있는 벽 사이의 틈은 정확히 사건 현장을 가리키고, 우리는 그곳을 통해 고인들을 기리며, 그 의미를 간직한다.’
최철규 대사는 “아웅산 테러 당시 상공부 소속으로 마이애미 출장 중이었는데 사건에 대한 외신의 보도를 보고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면서 “희생되신 분들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추모했다.
사실 추모비가 건립되기 전까지 이곳은 외지인들의 방문이 엄격했다. 아웅산 테러사건 이전에는 해마다 순난자의 날에 치르는 추모식때만 부분적으로 일반인들에게 허용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지난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계기로 추모비 건립이 추진됐고, 2014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제막식이 열렸다.
납골을 하지않고 제삿날도 가족들이 모여 식사정도나 하지 제사를 지내지 않는 미얀마에서 외국인인 한국인들의 추모비가 있다는 것은 지금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미얀마가 관광인프라가 아직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다소 손색이 있는 것도 한 이유로 해석되지만,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적잖다는 지적도 있다.
제막식도 참여했다는 한 현지 교민은 “아웅산 테러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비 건립이 허용됐다는 것은 미얀마의 종교와 정서상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관광차 온 스님들”이라고 전했다. 양곤=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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