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능 못하는 ‘주차 뺑소니’ 처벌법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제 기능 못하는 ‘주차 뺑소니’ 처벌법

  • 승인 2017-06-15 16:31
  • 신문게재 2017-06-16 7면
  • 구창민 기자구창민 기자
이달 3일부터 시행, 처벌 수위 낮아 ‘여전’

부실한 개정으로 ‘주차장’에선 법 적용 ‘모호’


대전에서 회사원를 다니는 이모(40)씨는 아침 출근을 위해 승용차에 탔다. 이씨가 차를 타고 시동을 걸자 블랙박스에서 ‘3건 이상의 주차충격이 녹화됐다”는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지난주 새로 차를 사 ‘애지중지’하는 터라 불현듯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녹화된 화면에 버스 차량이 이씨의 차량을 살짝 부딪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사고로 이씨의 차 범퍼 일부분이 살짝 상처나고 찌그러졌다.



버스를 운전한 가해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 이씨는 화가 나 경찰에 신고했다. 이달 3일부터 정차된 차량을 훼손한 채 그냥 도주하면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생각나서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에게 “실제로 가해자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어 처벌하기 쉽지 않다”며 “혐의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범칙금으로 내면 그만이기에 주차뺑소니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주ㆍ정차된 차량을 훼손하고 도주하는 일명 ‘주차 뺑소니’법이 지난 3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법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처벌 수위가 낮아 그대로 도주하기가 일쑤인데다 부실한 개정 내용으로 주차장에서 법 적용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주·정차된 차량을 손괴하는 교통사고 발생 후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된다는 규정이 적용됐다.

물적인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 후 인적사항 등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범칙금)과 벌점 15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법 개정 전에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아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차량 피해만 보상하면 처벌할 수 없었다. 때문에 가해자는 일단 도망치고 보자는 심리가 만연했다.

현실을 감안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처벌규정을 마련했지만, 처벌수위가 너무 약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선 경찰관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은 처벌로는 너무 낮아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정작 진가를 발휘해야 할 ‘주차장’에서 적용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개정된 현행법이 도로 위에서 발생한 주차뺑소니 사건은 처벌이 가능하지만 아파트·건물 주차장 등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 해석 상의 문제로 주차장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도로에서 적용되는 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대전청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주차 뺑소니가 사실 주차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데 개정 법안이 일반도로상에서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 실효성이 적다”며 “예외 조항을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