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ㆍ양수 허용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 관련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대전 중구 중앙로지하상가의 전대와 권리금 거래는 20년 이상 이뤄져 왔다.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공유재산인 지하상가 매장 거래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전시와 시로부터 관리위탁을 받은 중앙로지하상가상인회는 거래를 눈감아줬다. 상인들과 부동산중개업소는 돈벌이 수단 등으로 이용했다.
1994년 문을 연 중앙로지하상가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건설된 대전시의 공유재산이다. 의류와 신발, 가방, 화장품, 휴대전화, 식음료 등 601개의 점포 모두 대전시로부터 사용수익허가권을 얻어 운영한다.
그러나 지하상가 점포는 상인 간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이미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대부분 중개업소를 통해 임대나 전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권리금 거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인근 중개업소가 소개하는 지하상가 매물에는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까지 모두 게재할 정도다.
적지않은 매장 운영자들은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남성복을 파는 한 매장주는 “공유재산이나 사용수익허가권 같은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았다”며 “그냥 중개업소에서 점포주인을 소개받아 계약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은 “거래할 때 (공유재산, 전대금지, 권리금 등을) 물어봤지만,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매장주들이 같을 것”이라고 했다.
공유재산관리법만 강조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전대와 권리금 거래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지금에 와서 이를 전면 금지하고, 책임을 물을 당사자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점포마다 거쳐 간 상인을 역추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 광주, 제주 등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도 이런 이유 때문에 양도ㆍ양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사실상 묵인해왔다.
물론, 상위법인 공유재산관리법에 위배된다는 감사원과 행정자치부의 판단에 따라 양도ㆍ양수 허용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전시 역시 마찬가지다.
시 관계자는 “지하상가 문제를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처럼 양도ㆍ양수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수 중앙로지하상가상인회장은 “소상공인들에게 상가는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전 재산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시장흐름에 따라 형성된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인 만큼,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인 지하상가의 권리금을 인정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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