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희(음악평론가ㆍ백석문화대교수) |
프로젝트 대전3 음악회가 부코비니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양윤희의 쇼팽 협주곡 협연으로 9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대전예당이 올해 야심차게 시작한 2017 그랜드시즌 핵심 연주회로, 대전과 관련된 연주자와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대전 프로그램의 세 번째 무대이다.
초청된 오케스트라 5개 단체 중 부코비니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유일한 외국 오케스트라이기에 신선한 기대감을 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1번에서 베토벤 교향곡 2번에 이르기까지 음악회 내내 떠나지 않은 생각은 어떻게 지역 민간 오케스트라 수준보다도 못한 단체가 주요 프로그램의 연주단체로 선정되서 그것도 대전예당의 그랜드시즌 무대에 설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이런 연주라면 프로젝트 대전에 참여하는 오케스트라에 굳이 외국단체를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감동은 작품에 대한 뛰어난 음악적 해석과 연주에 임하는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부코비니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휘자 요셉 조잔스키는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려고 나름 애를 썼다. 하지만 둔감하고 거친 음향으로 균질한 울림을 내지 못한 현악기군과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혼자 내뿜는 관악기들로 인해 음악적으로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최악의 상태로 교향곡은 마무리됐다. 애초부터 이 단체는 교향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반면 양윤희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은 탄탄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쇼팽음악이 지닌 섬세한 감성이 오롯이 표현된 매우 뛰어난 연주였다. 빈약하고 부실한 반주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길을 묵묵히 헤쳐나간 양윤희는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양윤희는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하고 참된 연주를 해낼 수 있는 연주자라는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었으며, 알찬 소리와 부드러운 강약조절, 깨끗한 페달링이 만들어낸 음색은 쇼팽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낸 힘이었다.
따라서 프로젝트 대전3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일류 연주자와 삼류 오케스트라의 협업은 엉성했지만, 오히려 미래 음악계를 주도할 한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양윤희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갈 수만 있다면 분명 오늘을 뛰어넘는 연주자로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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