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국제대회 두 번 개최 부담…대전시 ‘고심’
대전시가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검토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해 ‘월드컵 개최 희망 의사’를 밝히면서 대회 유치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한 해 국제 스포츠 행사를 두 번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전시 안팎에선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3월 아시안게임 유치 검토 계획을 밝힌 이후 대전세종연구원에 정책연구과제를 의뢰해 아시안게임 유치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연구과제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이다.
시는 공동개최를 위한 지자체 범위와 예상 사업비, 기반 시설 범위와 기존 건물 활용 방법, 대회 이후 경기장 활용 방안 등 8가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대전세종연구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앞서 대전시는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지역에 대형 이벤트가 없었던 것을 감안해 메가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스포츠 경기 개최로 경제·사회·문화적 실익을 얻고 지역의 새 도약 기회를 얻을 요량이다. 아시안게임 유치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인근 지자체와 나누는 나름의 구체적 방안까지 구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나 남북한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월드컵 공동개최 희망 의사를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긍적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열린 한일월드컵 이후 28년 만인 2030년은 대륙별로 순환해 월드컵 개최지를 정한 그간의 관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중국의 2022년 하계올림픽 개최, 일본의 2050년 이내 월드컵 단독 개최 등 동북아 4개 국가가 뜻을 모으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계적 이벤트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던 대전시는 이 같은 소식에 생각이 많아졌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월드컵 개최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칫 대전시의 아시안게임 유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향후 정부의 정책 결정을 지켜보는 한편 대전세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라 검토를 계속할 방침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시민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별 실행 계획을 펼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사회 전반 분위기 조성과 체육계 발전에 아시안게임은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정부의 월드컵 동북아 공동개최도 결정된 게 없는 상태여서 아시안게임 유치 계획을 철회하거나 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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