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권 확보 후 임대하면 임차인이 또다시 전대... 공유재산으로 사익 추구
상인회 측, 시장흐름에 따른 것으로 합법화 방안 필요
▲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구조 |
“3000만원부터 18억원까지 있습니다.”
“중앙분수대에 가까울수록 오릅니다.”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에서 거래되는 점포 권리금 얘기다.
지하상가는 대전시의 공유재산으로 거래가 금지됐지만, 이미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매매가와 임대보증금, 월세, 권리금 등을 공개적으로 명시할 정도다.
일부 중개업소는 매물을 내놓으면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매매에 따른 세금이 없어 수익이 좋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사용수익허가권을 받은 점포주가 내는 임대료는 얼마일까.
2016년 기준으로 모두 601곳인 지하상가로부터 대전시가 받은 임대료는 34억 700만원 수준이다. 13.5㎡는 월 13만∼17만원, 16.5㎡는 평균 35만원대이고 가장 큰 52.89㎡(16평)의 12만원에서 56만원까지 다양하다.
시 관계자는 “임대료는 2곳의 감정평가회사가 주변 시세와 면적,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다 보니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인 간 거래되는 임대료는 훨씬 비싸다.
그것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중앙분수대(NC백화점 네거리 지하)와 가까울수록 값은 급등한다.
지하상가는 분수대를 기점으로, A 구역(대전역 방향), B 구역(분수대∼한화손해보험), C 구역(한화손해보험∼구 충남도청), D 구역(분수대∼대전여중) 4구역으로 나눈다. 방향과 상관없이 중앙분수대와 멀어질수록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 등이 저렴하다.
▲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상가 |
중개업소에 따르면, C 구역 16.6㎡(5평)은 평균 보증금 1000∼1500만원에 월 90∼120만원, 권리금은 1300만원 수준이다.
B 구역에서도 분수대와 비교적 가까운 19.8㎡(6평)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650만원에 거래됐다. B 구역에서도 목이 좋은 39.6㎡(12평)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 1200만원, 권리금은 1억원이 넘었다.
A 중개업소 관계자는 “5m 차이로 가게마다 임대료가 50만원, 1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분수대 옆은 월세만 1500만원에 달한다”며 “권리금이 없는 상가는 없으며, 최소 3000만원에서 18억원까지 거래된다”고 말했다.
사용수익허가권을 받은 점포주들은 운영만 할 수 있는데, 소유권을 행사하며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운영권을 가진 점포주에게 상가를 임차한 점포주는 이를 다시 3자에게 전대해 돈을 버는 구조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것이다.
B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하면 등기가 안 나는 물건이라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시에서 준 사용권을 매매하는 것으로, 매매해 임대하고, 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회 관계자는 “권리금은 시설비와 철거비도 있지만, 시장흐름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웃돈’으로만 봐선 안 된다”며 “상인들의 노력으로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지하상가로 꼽히는 만큼, 합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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