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중앙부에 자리한 중구 문창동은 대전천을 경계로 동쪽의 인동과 마주한 지역이다. 문창시장과 오토바이 거리 등이 들어서 소규모 상거래가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대전천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공주목 산내면의 장대리에 해당돼 예전부터 시장이 형성됐다. 상권이 커지면서 과거 1ㆍ2동으로 나눠질 만큼 발달했으나, 원도심 쇠락과 함께 현재는 가장 적은 인구 수가 사는 작은 동이 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없이 오랜 시간 거주한 이들이 많아 고령인구가 33% 이상이다. 대전천변에 조성된 살구나무와 함께 정겹게 오순도순 살고 있는 문창동을 들여다봤다.
▲전통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문창동= 문창동은 ‘서정엿장수놀이’라는 민속놀이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한번 인연을 맺으면 늙어 죽을 때까지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엿장수를 거느리던 황씨와 김씨는 매년 대보름날이 되면 엿장수들을 실컷 먹고 놀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둘은 경쟁상대가 됐고 김씨는 일본으로 건너가 큰 부자가 된다. 반면, 황씨는 일본 사람의 칼에 맞아 생을 마감했고 이를 가여워한 김씨가 매년 정월대보름 거리제를 열었다. 두 엿장수 가족은 함께 모여 줄다리기와 엿타령 등을 하며 한바탕 놀던 게 ‘서정엿장수놀이’의 근원이다. 지난해 문창동 서정엿장수놀이보존회는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전국 거리퍼레이드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문창동의 대표 향토민속놀이는 오는 9월 효문화뿌리축제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문창동에선 또 매년 봄 살구꽃 축제를 연다. 2000년께 대전천변에 식재된 200주가량의 살구나무는 주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곳에서 나온 살구로 담근 과실주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지난 3월 25일 5회 살구꽃 축제 역시 주민들의 참여 속에 종료됐다.
▲고령 인구 섬기는 맞춤ㆍ동행 행정= 5000여 명이 거주하는 문창동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33% 이상이다. 반면, 20세 미만 인구는 11.5%가량이다. 평균 연령이 높고 개발이 더딘 문창동의 행정은 노인 인구와 지역의 소외 이웃을 위한 행정이 많다. 문창동 주민센터에서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밑반찬 지원과 떡국나눔, 연탄 지원 등을 매년 빠짐없이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800여 명에게 사랑을 전달했다.
그 사랑은 올해도 계속 이어져 가정의달이었던 지난달 지역 어르신 300여 명에게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 부부 가정을 발굴해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는 등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했다.
또 올해부터 문화누리카드 이용이 어려운 이웃과 극장에 동행하는 ‘문창동 패밀리시네마의날’을 운영하고 있다. 카드를 발급받고도 이용하지 못한 이웃을 위해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 관람 시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웃 사랑을 받은 어르신들은 ‘우리동네 클린사업’에 동참하는 등 마을 가꾸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서로에게 받은 관심과 정성을 되돌려주며 화기애애한 문창동이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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