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제 터질지 모를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자기 임기 중에는 터트리지 않도록 돌려막기를 해온 결과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정권 유지 차원에서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현혹했다.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계부채는 빠르게 불었다.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은 2014년엔 66조원 늘었으나 2015년 118조원, 지난해에는 139조원이나 증가했다. 2013년 말 1019조원에서 지난해 말 1342조5000억원으로 뛰었다. 올 들어서도 1분기에 17조원이 증가했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가계의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결국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내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 부실을 가져와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 시장 금리가 상승 기조로 바뀌거나,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소득 개선이 되지 않거나, 또는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LTV·DTI 규제 강화를 준비 중이다. LTV와 DTI 완화 조치는 행정조치 상태로 올 7월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지표를 통한 관리 방안도 마련 중이다.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다른 대출까지 보는 만큼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대출 가능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DSR지표는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가계부채 총량제와도 일맥상통해 조기 도입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같은 정책은 가계부채 상승세를 꺾는데 당장은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 대책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가계소득 등과도 결부된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인위적인 대출 억제보다는 분할상환으로의 구조 변경과 상환능력심사 강화 등을 통한 사전적인 위험관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일자리와 소득 확대를 통해 채무상환능력도 키워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방지책 마련도 필요하다. 대출 규제 강화는 저소득층에 부채 상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서민정책금융 강화, 채무구조 개선, 사금융피해 방지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한계상황에 이른 과다채무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에 대한 응급처방보다는 장기적 구조개혁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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