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정모군은 군인으로 근무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추모공원에는 10년전 심은 아버지를 닮은 느티나무가 우뚝 서있다. 정군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수목장을 치르고, 느티나무 앞에는 정군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명패가 붙었다.
생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정군은 추모공원에 도착해 아버지 파일을 검색한다. 아버지의 모습과 사진을 5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어놓은 필름이다. 잠시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며 나무에 기대어 사색에 잠긴다. 추모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도 눈에 띈다.
#장면2=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자연 친화적인 장례문화 공감 확산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설명회를 연다. 화장한 골분을 수목, 화초, 잔디 등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친환경적인 장법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지역의 복지관과 사회복지시설, 노인대학, 이장협의회 등을 대상으로 순회 설명회를 열고 있다. 수목장에 낯선 어르신들도 비교적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전 국토가 묘지화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사회 지도층이나 국가유공자 등이 자연장을 먼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매장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현충원 안장문화는 여전히 매장을 고집하고 있어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안장 공간이 부족하면서 지속적으로 녹지공간을 훼손하며 공간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호국 선열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현충원의 추모 공원형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현충원의 경우 올해 5월 말 현재 매장 묘역은 8만 2999기 중 96%가 안장돼 현재 2892기만 남은 상태다. 한해 평균 3000위 이상 안장되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이내면 만장된다. 이미 소방 및 순직공무원은 100% 안장률을 보이고 있고, 장교 99.3%, 사병 99.2%, 애국지사 94.4% 등의 안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대전현충원은 제7묘역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11만 5200㎡면적에 1만 8000기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2018년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전현충원의 경우 주변이 녹지지역이었지만, 형질변경을 통해 지속적으로 매장 공간 확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1만4000기, 2015년 1만 7000기, 2019년 1만 8000기 등 지속적으로 매장공간을 확장시키고 있다. 최종 만장은 2024년까지 연장됐다. 유공자 가족들은 매장을 선호하고 있지만 매장과 비석을 세우는 형태의 장묘방식을 언제까지 고집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장이 아닌 화장에 대한 괴리감이 컸지만, 현재는 화장률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화장 후 선호하는 장묘 방식중 자연장(수목장 포함)이 45.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불과 10년 후면 자연장이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 등에서는 자연장이 가능한 추모공원 형태의 친환경적인 장사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유골이 뿌려진 정확한 위치를 도표화하고, 고인에 대한 기록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을 안치 공간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저장하고 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대전 현충원도 만장될 경우 서울현충원이나 국립호국원과 같이 납골식 방식을 추진할 계획으로 현재 설계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도열식의 묘지 비석 형태의 모습보다는 잘가꿔진 공원형 자연장지를 조성하게 되면 국가유공자 묘역이 그들만의 공간이 아닌 전국민이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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