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진 경제과학부 차장 |
요즘 대전의 중견ㆍ중소건설사 대표들을 만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충청권 대표 건설사인 계룡건설 얘기다.
발단은 2주전 경북 경주에서 1박 2일간 열렸던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정기총회에서다. 한승구 계룡건설 회장도 참석했다. 회장으로 승진 후 처음이다. 총회에는 계룡건설 이승찬 사장이 대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한승구 회장을 보궐선출하는 안건이 상정된 상태였다.
안건이 통과된 후 이어진 만찬 자리에서 한 회장은 건배사를 했다.
“고 이인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고인께서 마지막 남긴 말씀 중에서, 계룡건설은 절대 대전을 떠나지 말라고 하셨다. 대전의 중소건설업체들과 상생하라고도 당부하셨다. 고인의 뜻에 따라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중견ㆍ중소건설사 대표들이 귀에 담은 단어는 상생이었다. 모 대표는 ‘잘못 들은 거 아닌가’라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단다. 또 다른 대표도 ‘의례적인 인사말’이라고 했지만, '그날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고 했다.
그동안 계룡건설에 대한 중견ㆍ중소건설사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얘기들이다.
한 CEO는 “계룡건설 같은 전국 규모의 회사는 대전에서 이뤄지는 300억원 미만의 공사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중견ㆍ중소건설사가 수주할만한 규모의 사업까지 계룡건설이 손을 댔다는 얘기다.
건배사 이후 한 회장은 테이블을 돌며 총회에 참석한 60여명에게 일일이 술잔을 건넸다.
술잔을 받은 일부 CEO들은 “상생방안을 꼭 실천해달라”, “300억원 이하의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 간곡한 부탁을 전했다고 했다.
첫날 만찬을 끝내고 한 회장이 대전으로 출발한 후에도 건설사 대표들은 한 회장의 건배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계룡건설의 위상과 역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얘기들이다.
고 이인구 명예회장이 영면한 후 계룡건설이 더 주목받고 있다. 대전에서 계룡건설은 그런 존재다. 과연 계룡건설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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