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대출... 새정부에 정책변화 기대
# 대전 내에서 중견급에 속하는 A 건설사는 중도금 대출 때문에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다. 세종과 인천, 제주 등 곳곳에서 호텔과 오피스텔, 주택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중도금을 대출해주겠다는 금융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인 1금융권은 아예 엄두도 못 내지만, 2금융권인 새마을금고와 신협, 지역농협까지도 거부했다. 결국, 금리가 6.5나 되는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다.
A 건설사 대표는 “예전에는 금융권이 서류를 다 가지고 와서 대출을 해줬는데, 지금은 직접 찾아가서 온갖 사정을 해도 들은척도 않는다”며 “대기업만 살고 중소ㆍ중견업체들은 무너지는 구조”라고 성토했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서 중소ㆍ중견 건설업계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힘겹게 사업을 수주하고도 공사비로 충당할 중도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문턱에서 애걸복걸해 대출을 받더라도 몇 배나 비싼 이자를 내야 가능할 정도다.
금융감독원이 4월말까지 집계한 은행권 신규 중도금 대출 규모는 12조 9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조 7000억원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중도금을 포함한 대출 규제를 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의 개발사업비는 금융기관 차입과 중도금 대출로 이뤄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방식으로 만든다. 통상 PF는 토지비 등으로 쓰고, 중도금 대출로 건설비를 충당한다.
다시 말해 중도금 대출이 끊기면 당장 필요한 건설비용을 마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세종에서 사업하는 B 건설사 대표는 “중도금 대출을 구하려고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금융기관은 다 찾아다닌 적도 있다”며 “지인의 운영하는 건설사는 돈을 구하지 못해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더라도 정책의 변화가 없는 한 자금은 또다시 막힐 수밖에 없어 자칫 연체와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 중도금은 사람의 심장과 같은 것으로, 대출이 막히면 건설사는 물론, 분양받은 사람, 금융권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적절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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