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종 대전시치과의사회 부회장 |
치과의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만났던 할머니가 기억납니다.
심한 치통으로 내원 하셨는데 며칠동안 아파서 약을 이에 발랐는데 낫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약을 발랐다니(?) 의아해 하면서 검진을 하였더니 충치가 심하게 진행된 어금니에 치약을 가득 넣어서 오신겁니다. 할머니 치약은 약이 아니라서 이거 넣어도 낫지 않아요 했더니 약이라고 되어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예전에는 치약 넣으면 아프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기 충치 일 때 시리고 통증이 조금 있으면 치약을 넣어서 충치 부위를 메꾸어 놓으니 시림도 줄어들고 통증도 덜 했었고 그 방법을 계속 사용했으나 충치가 심해지면서 흔히 신경이라 불리는 치수까지 충치가 진행되고 치수염이 되니 치약을 넣어도 효과도 없고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치과에 오신겁니다.
다행히 뿌리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근관치료후 불편함이 없어졌으나 만약 치약만 계속 사용하다 뿌리 끝에 큰 병소가 생겼다면 치료 하지도 못하고 발치 할 뻔 했습니다.
치약에는 치아 표면을 딱는 연마제가 대부분이고 불소가 조금 들어있고 향을 내주는 성분만 들어 있지 치아나 구강질환을 치료하는 약은 전혀 없습니다.
toothpaste 흔히 치약이라 부르는 영어 단어입니다. 정확히 번역 하자면 tooth 치아 paste 반죽 치아를 딱는 반죽이라 할 수 있는데 이걸 치약으로 번역하고 사용하게 되면서 생긴 해프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치약을 약으로 생각하고 잇몸에도 바르고 치아에도 바르는 분이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아마 일반 시민들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황당해하면서 웃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도 위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잇몸질환에 특효약처럼 나오는 광고 때문입니다. 제 경험뿐만 아니라 주위 치과의사들에게 물어봐도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약이 지속적으로 광고가 나오면서 본인의 증상과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효능에 관계없이 특정 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정작 치료 시기를 놓쳐서 발치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강 내에 나타나는 질병은 물리적인 치료 없이 약으로만 해결되는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충치는 우식된 부위를 제거하고 단단하게 메꾸어 주어야 하고 잇몸질환은 원인이 되는 치석과 음식물찌거기를 제거해 주지 않으면 절대 나을 수 없습니다. 약만 먹어서 충치가 없어지고 치석이 저절로 없어져서 잇몸에 염증을 없애는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치과 진료가 무섭고 치과에 가기 싫은 심리를 자극하여 이 약만 먹으면 시린증상도 없어지고 잇몸출혈도 사라지고 잇몸이 약해져서 치아가 흔들리는 것도 손쉽게 단단해지는 것 처럼 하는 광고(치과의사와 상의 후 사용하라는 문구는 있으나 눈에 띄이지도 않고 책임을 면하려는 상술일 뿐입니다)는 오히려 시민들의 구강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약들을 개발한 나라에서는 판매조차 되지도 않고 현지 치과의사들도 알지도 못하는 약이라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계속 광고가 되고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치과질환의 대부분은 치과에서 직접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절대 나을 수 없다는 게 진실입니다
6월 9일은 구강 보건의 날입니다. 이번 기회에 가까운 치과에 방문하여 검진하고 구강 질환의 원인이 있다면 제거하는게 어떤 약보다 더 저렴하고 깨끗하게 치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기종 대전시치과의사회 부회장
(김기종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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