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미용실에서 퍼머를 할때 사용하는 클립로드에 대한 특허 소송이 일었다. 당시 ‘미용 로드’는 로드에 감겨진 머리카락에서 증발되는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기술장치를 한 로드였다. 피고인들은 회사를 설립해 이 미용로드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5000세트를 생산하고 일부를 판매해 특허침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당시 원고 주장 손해액은 1억원이었으나 1심에서는 기구를 판매해 얻은 이익인 180만원을 인정했다. 피고들은 당시 제작한 제품 중 90세트를 판매했다고 자인했고, 1심 법원은 로드를 생산하기 위한 금형비용과 생산비용을 제외한 이익으로 1세트당 2만원을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생산한 5000세트 가운데 현재 재고로 보관한 제품을 제외한 299세트를 모두 판매됐다고 봤다. 세트당 판매 이익도 최소 2만5000원으로 인정, 747만 5000원의 손해배상금액을 인정했다. 산정된 손해액의 차이가 4배이상 났다.
‘한국에서는 특허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보다 특허의 무단침해가 오히려 유리할까?’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사실상 아무런 효용이 없을까?’
이러한 편견을 깨는 특허법원 항소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특허법원 김기수 판사가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된 항소심 사례’를 분석한 결과, 25건의 항소심 사건 가운데 13건이 1심 인용금액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 같은 인용금액을 인정한 사건도 7건이었다.
25건의 1심 인용금액이 평균 2억 8300여 만원이었으나, 항소심에서는 평균 3억 7400여 만원으로 다소 높아졌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항소심에서 다소 손해액을 높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인정된 손해배상 금액이 0원이었으나, 항소심에서 요청금액의 30~90%까지 인정한 사례도 눈에 띈다.
김기수 판사는 “특허 등 침해사건의 항소심은 1심에서 산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1심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나 보수적으로 산정한 손해 배상액이 적절한 손해배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난 10년간 판결에서는 추가 자료를 받거나 기존자료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 증액하는 방향으로 선고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며 “항소심 관할이 특허법원으로 집중된 이후의 경향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특허법원은 특허 침해로 인한 피해자가 적정한 권리구제를 받고, 누구도 특허침해를 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판결을 선고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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