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美긴밀, 北원칙” 정상회담 “정중, 당당”
한 때 충청대망론의 선두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외교적 조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록 지금은 야인(野人)으로 돌아갔지만 지난 10년간 국제 외교무대에서 체득한 자산이 사드배치, 북핵 등 새정부 초기 줄줄이 꼬인 외교적 현안의 실타래를 푸는 데 도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지난 2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예정된 70분을 넘기며 오찬회동을 갖고 당면한 외교 현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구체적 사안에 대한 맞춤형 조언을 쏟아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에 원칙적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한데, 이는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접근,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활용하는 등 비교적 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반 총장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좋다. 한-미 동맹이 초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북핵에 대한 한-미 간의 공통 분모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북핵문제를 포괄적, 단계적, 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그는 “주요 해외언론과의 인터뷰를 잘 활용, 대통령의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UN차원 지속가능발전이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책제안도 곁들였다.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을 하면서 풀어 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걱정이고, 또 당면 과제이니 총장님께서 경험과 지혜를 빌려 주셨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새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과 외교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시지 않아도 연설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이런 입장을 널리 전파하고 있고 언제든 대통령과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며 “외교도 국민의 총의를 참작하셔서 풀면 되며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게 되어 있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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