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독립논의 기회 스스로 져버려”
문화재단 직원들이 대전시가 재단에 도를 넘은 권한을 남용했다며 항의면서 논란이 일자 문화재단 직원협의회가 이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또다른 논란을 증폭 시키고 있다.
직원협의회가 일부 직원들의 항의로 선을 긋고 나서면서 모처럼만의 대전시의 간섭 기회 저지를 스스로 져버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문화재단 직원협의회는 지난 1일 총 60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재단 직원들이 시 문화예술과가 문화재단에 권한 남용을 하고 있다며 시와 시의회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전체 문화재단 의견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 참석자 42명 가운데 ‘전체 의견으로 봐야한다’고 동의한 직원은 5명(11.9%), ‘전체 의견은 아니다’는 직원은 25명(59.5%)로 일부 의견으로 결론이 났다.
‘중립을 지키자’는 직원은 3명(7.1%), ‘모른다’는 9명(21.4%)으로 각각 집계됐다.
앞서 이 재단 직원 A씨와 B씨는 시청과 시의회 게시판에 “문화예술과가 대전문화재단을 관리·지도라는 이름 아래 부당한 업무 지시를 일삼아 재단의 자율 운영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종현 대전문화재단 직원협의회장은 “그동안 대전시의 재단 간섭 논란은 있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개선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직원협의회 결과에 대해 문화계는 문화재단의 모처럼만의 ‘문화재단 독립논의’ 기회를 직원들 스스로 져버렸다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단 종속문제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닌데다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 않은 문제 역시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도 직원들이 너무나도 수동적으로 문제를 접하고 있다는 데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조성칠 대전민예총 상임이사는 “이번 의견수렴 결과는 재단이 왜 있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직원들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이라 놀라울 뿐”이라며 “결국 대전문화정책의 수준과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민낯이 그대로 보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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