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이하의 벌금
대전시민 박모씨는 주민센터에서 일을 마치고 나와 자신의 차를 타려 다가서던 중 차량에 못보던 상처를 발견했다. 살짝 표시날 정도로 작은 스크래치였지만 아픈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른 누군가 살짝 긁고 간 게 분명했지만, 전화번호와 같은 인적 사항은 남겨있지 않았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주민센터 주차장 CCTV 영상을 확보,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운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주차된 차량을 파손했고 도주했다며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상 재물손괴죄는 고의로 타인의 물건을 파손한 경우에만 한정하기 때문.
주차장에서 다른 차량을 부딛히고 도주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경찰이 벌금 처분 등 처벌 규정을 마련해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물적피해 도주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31건, 2015년 273건, 지난해 444건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사고를 내고 몰래 사라져 버리는 물적피해 도주를 처벌할 특별한 근거가 없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아 도로교통법상 뺑소니를 적용하지 못하고 설령 가해자를 붙잡아도 차량 피해를 보상만 해 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차량 물적피해 사고의 경우 가해자는 일단 도망치고 보자는 심리가 만연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의 개정으로 다음달 3일부터는 주·정차된 차량을 손괴하는 교통사고 발생 후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된다는 규정이 적용된다.
물적인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 후 인적사항 등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범칙금)이 부과된다.
초보 운전자 등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에도 범칙금만 부과하면 기록이 남지 않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수로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주차 중인 차를 훼손시켰다면 차주에게 연락을 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 제도로 물적 피해를 입힌 후 도주하는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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