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걸어보고서] 걸을 수 없는 봉명동 카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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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걸어보고서] 걸을 수 없는 봉명동 카페거리

  • 승인 2017-05-30 16:30
  • 신문게재 2017-05-31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말로만 카페거리 자동차 천국, 술밥 파는 유흥지구로 전락
공원과 보행로, 주차장조차 턱없이 부족... 가장 걷기 어려운 동네 오명



▲ 점심시간대 카페거리 중심가
▲ 점심시간대 카페거리 중심가

요즘 대전시 유성구에서 가장 핫(Hot)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 봉명동 ‘카페거리’다.

홈플러스 뒷길에서 충남대 앞 온천교까지 이어진 1㎞ 남짓한 중심가다.

젊음이 넘치는 핫플레이스로, 낮이고 밤이고 많은 사람이 모여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이지만, 도저히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보행환경이 심각한 거리라는 오명도 함께 쓰고 있다.

사실 말만 카페거리지, 중심가는 이미 ‘술과 밥’을 파는 매장이 장악했다. 카페를 찾으려면 뒷골목으로 가야 한다.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중심가 매장의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솟았기 때문이다.


▲ 중심가에 늘어선 공동주택들
▲ 중심가에 늘어선 공동주택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임대료가 800만원에 육박하는데, 커피는 무슨 커피냐. 장사하는 사람들의 속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가주인을 비롯해 부동산중개업소와 젊은 사람들이 이곳을 ‘신로데오거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성구청이 붙인 이름, ‘카페거리’는 ‘행정용’이 된 지 오래다.

한 카페 주인은 “카페거리라면 많은 사람이 여유롭게 걸을 수 있고 곳곳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원도 있어야 하는데, 사실 이곳은 난장판”이라며 “특히 문화라는 게 전혀 없다”고 했다.


▲ 주차장으로 전락한 뒷골목
▲ 주차장으로 전락한 뒷골목

‘난립’이 가장 큰 문제다.

홈플러스 뒷길에서 충남대 앞 온천교까지 이어진 1㎞ 정도의 중심가는 4차선 도로다. 불법 주정차의 천국이다. 도로 양측에 주차된 차량이 중심가 거리만큼 이어질 정도다. 그럼에도, 이 일대에 주차장은 단 한 곳뿐이다.

여기에다 완화된 주차장 규정 등으로 소형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등까지 빽빽이 들어서 주거와 대학, 상업이 어지럽게 들어선 대표적인 ‘난개발지’로 전락하고 있다.


▲ 뒷골목 곳곳에 들어선 주택들
▲ 뒷골목 곳곳에 들어선 주택들

장대동에서 월평동까지 걸어서 출ㆍ퇴근하는 한 지인은 “각종 공사로 인도는 울퉁불퉁하고 중간중간 끊어져 있다”며 “어떻게 이렇게까지 동네를 망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2019년까지 60억원을 들여 보행환경 등을 비롯해 안전한 거리 정비에 나설 것”이라며 “축제와 이벤트 개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특구라는 옛 명성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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