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피해가 큰 공주대는 38개월째, 전주교대는 27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등도 오래도록 총장 부재중이다. 금오공대, 부산교대가 이 대열에 합류한 것도 탄핵정국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상아탑의 사상 검증과 같은 전근대적인 악습 때문이다. '비선 개입'을 포함해 총장 임명 농단 의혹까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특별한 제척 사유 없이 제청 거부를 한 이유는 명백하다. 주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총장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경북대처럼 2년이 지나 총장 후보자 재추천을 받아 2순위 후보를 임명한 경우도 있다. 일부 국립대 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민주적 법 절차를 어기고 정부가 총장 선임에 개입했던 비정상적인 관례는 반드시 깨야 한다.
우선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대학이 겪고 있는 총체적인 행정 공백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문화계의 블랙리스트에 빗대 청와대라는 뜻을 담아 블루리스트 방지법(교육공무원법 일부법률개정안)까지 국회에 발의돼 있다. 대학에 대한 외부 압력과 개입 정황은 그만큼 뚜렷하다. 선거 과정에 비리가 있다고 그것이 민주적인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빌미가 될 수 없다. 대학 총장 선출은 대학의 민주적 가치와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다.
전국 38개 4년제 국립대에서 공석으로 파행 운영 중인 8개 대학 외에 추가로 총장 임명을 앞두고 있는 대학이 많다. 특별한 제척사항이 없으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임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면 급물살을 탈 테지만 지원과 자율 확대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 기조가 적용되기 바란다. 그러나 재원 지원 사업에서 가점을 줘서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은 끝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헌법 제31조에 명문화된 헌법적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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