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을지대병원 흉부외과 최민석 교수, 환아 굴스호라, 보호자 파이줄로씨. |
을지대병원 의료진의 노력으로 목에 스프링을 넣은 채 3개월간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한 외국인 소녀의 건강을 지켜냈다.
을지대병원은 흉부외과 최민석 교수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4살 소녀 굴스호라의 기관지에 있던 이물질을 절개 없이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기침과 가래에 시달리던 굴스호라의 기관지에서 볼펜 스프링보다 큰 크기의 스프링이 발견됐다. 서둘러 처치를 받아야 했지만, 현실적 제약이 따랐다. 외국인 신분이어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보험 적용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기간은 3개월, 치료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굴스호라의 아빠 파이줄로씨는 보험 적용이 되는 시점까지 그저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굴스호라의 초기 진단이 이뤄졌던 병원에서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칫 큰 수술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섣불리 치료를 맡으려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돌고 돌다 굴스호라의 소식이 을지대병원 의료진에게 닿았고, 최민석 교수가 그들을 만났다.
최 교수는 “지금 당장이야 증상이 기침 가래 정도로 나타나고 숨 쉬는 데 지장이 없지만, 처치가 지연될 경우 염증반응은 물론이고 폐 기능의 손상, 심각하게는 폐절제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최 교수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 보호자를 설득했다. 병원비를 줄이기 위해 절개 없이 이물질을 기도로 직접 끄집어낸다는 것이었다. 절개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입원기간도 2주에서 3~4일로 줄고 비용 역시 크게 절감된다.
최 교수는 가슴을 열지 않고 기관지 내시경으로 이물질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한 뒤 X선 투시 하에 생검용 집게로 이물질을 조심스럽게 건져 올렸다. 아이의 좁은 기도에 집게를 직접 넣고 빼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굴스호라의 몸에서 이물질을 빼내는데 성공했다. 최 교수는 “아이의 건강도 지키고 가족들에게도 현실적으로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굴스호라가 말끔하게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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