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선 나래유치원 교사 |
작년 우리반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매일 만나고 헤어질 때마나 “친구야 정말로 보고 싶었어” “오늘도 행복하고 즐겁게 우리 함께 지내자”, “ 내일 또 만나자” 노래 부르며 인사하고 서로 안아주던 모습, 친구를 도와줄 일이 생기면 “제가 할래요!”라고 외치던 모습,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생글생글 웃으며 사랑의 표현을 듬뿍 하던 모습... 지난 1년 동안 반 아이들과 생활해 온 나날들을 돌이켜 보면 그립고 또 그립다.
매년 그리고 올해도 새학기가 되어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낼 나날들을 상상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되어야지! 라는 마음을 먹게 된다.
하지만 7년차 교사인 나는 점점 처음 아이들과 만났을 때의 마음과는 다르게 엄한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단호한 모습을 보이다 보면 감정이 앞서 내 마음까지 상하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그리고 돌아서면 후회하고... 이런 모습들이 요즘에는 더욱 자주 생겨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웃으면 아이들도 웃고, 내가 칭찬하면 아이들도 멋진 행동을 더 보이려고 하고, 내가 안아주면 아이들이 더 다가온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 잘 관찰하다 보면 조금 부끄럽지만 숨 고르며 한 마디씩 해내는 용기 있는 모습, 양보하기 싫지만 나누고 베푸는 모습,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마음, 먹기 싫지만 선생님의 격려에 “그럼 어디 한번 먹어볼까?”라며 한 두 개씩 더 먹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 한 없이 예쁘고 기특한 마음이 들다가 문득 내 마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약속하는 시간을 갖고, 이렇게 교사만 주저리 이야기 하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의 틀에 아이들의 모습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다 보니 아이들도 나도 서로가 힘든 교실이 되는 날도 있고, 이해와 포용의 모습이 아닌 가르침으로 이끌어 가다 보니 활기찬 교실 분위기 보다는 지친 날들의 연속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이렇다보니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려고 아이다움의 모습을 버리고 교사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생활하는 아이들, 자신의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을 빌려 멋져 보이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 선생님의 눈치를 보다 솔직함 보다는 숨기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낼 때가 많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날들을 돌이켜 보면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굳게 마음먹었던 지난날이 생각이 난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책에서 고다니 선생님과 같이 아이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고 아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따뜻한 사랑과 눈빛을 가져야겠다고 굳게 다짐했었다. 오늘의 하루도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었나’라며 반성해본다.
하루 하루 폭풍같은 하루 보다는 선물과 같은 하루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날들의 연속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매일 매일 모든 시간들이 선물과 같은 하루가 될 수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어 보석과 같은 특별함을 발견해보자! 라는 결심으로 이 글을 마친다.
서민선 나래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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