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심 산책로 있지만, 효율적 활용 부족
단절된 곳을 연결하고 구간마다 특색 살린 길 조성
도심 속 대표적인 걷는 길 브랜드 가치 높여야
둘레길은 산이나 도시를 둘러싼 둘레를 도는 길이다. 주로 휴일에 자연과 여유로움을 찾아 사람들은 둘레길을 걷는다.
그렇다고 둘레길이 모두 도심을 벗어나 외곽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자연 속에서 걸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휴일이 아니라 평일 점심 후나 자투리 시간에 즐기기에 좋은 곳이 도심 속 둘레길이다.
대표적인 곳이 보라매공원에서 샘머리공원, 한밭수목원과 둔산대공원까지다.
▲1구간=서구 탄방동 조이소아병원과 엠블병원 사이에서 출발해 대전고용센터와 ‘아름다운킹덤 뷔페&웨딩홀’까지다. 왕복 600m밖에 되지 않아 주로 인근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가족들이 애용한다. 그런데 나무가 도로 쪽에 붙어 있어 정작 사람들은 햇빛을 받으면서 걸어야 한다. 그나마 지하보도로 2구간과 연결된 게 장점이다.
▲2구간=샤크존과 오페라웨딩홀 사이에 있는 보라매공원이다. 한 바퀴 도는데 200m 정도다. 1구간에서 조금 더 걷기를 원하는 사람은 2구간과 연결된 지하보행로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상으로 연결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길이 끊겼구나’하면서 돌아선다.
▲3구간=대전시청 남문 잔디광장과 시청을 둘러싼 인도다. 남문광장을 걷는 이들은 별로 없다. 너무 작아서 아예 시청 동서남북을 한 바퀴 도는 사람이 더 많다. 2구간에서 3구간으로 가려면 양측을 연결하는 멈춰 신호등을 기다려 건너야 한다. 이 역시 끊어진 길이다.
시청의 한 공무원은 “예전에 사이에 있는 도로를 없애고 녹지공간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소식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4구간=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서구청과 대전경찰청 사이까지 이어진 길이다. 그나마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걸을 맛이 난다. 평일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이 커피 한잔을 들고 가장 많이 애용하는 곳이다.
봄∼가을 거의 매일 이곳을 걷는 한 변호사는 “걷기에 참 좋은 곳이지만, 짧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양측에 있는 넓은 일방통행로는 그냥 두기에 아까운 공간이다. 통행하는 차량도 거의 없는 황량한 도로다. 일방통행로를 걷어내거나, 대폭 줄여 사람이 걸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일방통행로는 공원으로 만들거나, 차선을 대폭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5구간=서구청과 한밭대로 사이에 조성된 샘머리공원이다. 이곳은 낮에는 사람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텅 비어 있다. 4구간을 즐긴 사람들이 10m 정도 되는 횡단보도를 건너 도착하지만, 그늘이 없어 걷기가 애매하다. 공원은 넓기만 하지, 삭막할 정도로 사람의 흔적이 없다.
광장에 깔린 콘크리트 등을 치우고 공원 중앙이 나무가 우거지고 자연이 숨 쉬는 숲으로 만드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과감하게 3구간의 일방통행로와 4∼5구간 사이에 있는 도로(둔산북로)를 폐쇄해 녹지로 연결하면 도심 속 최대 규모의 숲이라는 브랜드도 가능하리라 본다.
일방통행로와 맞닿은 기관의 고위 공무원은 “차라리 할거면 일방통행로와 차도를 깨끗이 걷어내야 주목도 받고 효과도 클 것”이라고 했다.
▲6구간=이곳은 정부대전청사와 한밭대로 사이에 조성된 ‘자연마당’이다. 대전청사 조성 당시 이곳은 ‘회색도시’의 대명사로, 녹색을 찾기가 어려웠다. 콘크리트 등으로 덮인데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잘 갖춰진 곳이라 할 수 있다. 대전시와 환경부의 합작품인 ‘자연마당’은 실개천이 흐르고 조류와 어류도 볼 수 있는 도심 속 생태공원이다. 물론,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늘이 없다는 게 흠이다.
참나무복원숲, 잔디마당, 조류유인숲, 암석초화원, 야생초화원, 소생물서식습지 등은 물론 쉴 수 있는 쉼터와 나무벤치도 많다. 아쉬운 점은 이곳 역시 한때 정부대전청사가 그랬던 것처럼 고립돼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이곳이 보래매공원에서 시작해 유성구 도룡동까지 연결하는 3.5㎞의 녹지벨트를 잇는 곳이라 강조하지만, 남쪽으로는 한밭대로, 북쪽으로는 정부대전청사가 가로막은 외딴 섬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대전청사관리소는 초기 35%였던 녹지비율이 올해 86%까지 끌어올렸다며 고무적이지만, 녹지벨트를 연결하는 부분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7구간=만년동 둔산대공원을 중심으로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한밭수목원 동ㆍ서원, 연정국악원, 곤충생태관, 천연기념물센터까지 이어진 곳이다. 가장 공원답고, 숲다운 유일한 곳으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자연과 문화, 휴식, 레저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대전의 대표 브랜드다. 갑천 건너편에는 추진 중인 사이언스콤플렉스와 대전메가스튜디오(HD드라마타운)은 물론 한빛탑과 골프존 조이마루 등도 있다.
7구간은 갑천을 중심으로 서구 만년동과 유성구 도룡동을 연결하는 대전의 대표 복합문화벨트라 할 수 있다.
▲1∼7구간 연결 안 될까=1∼7구간 왕복거리는 6㎞ 정도된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1시간 30분 이상 걸을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구간마다 단절돼 있어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렇다고 중간에 있는 도로를 모두 폐쇄할 순 없다. 예산이 없어 지하보행로나 육교도 다 만들 수 없다. 횡단보도를 확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폐쇄할 수 있는 곳은 폐쇄하고 횡단보도를 추가할 수 있는 곳은 추가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비록 단절됐지만, 구간마다 특색을 살릴 수 있다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찾아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
각 구간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거나 다양한 소재를 부여하며, 정기적으로 걷기와 관련한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여는 것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인근 기관의 한 고위직은 “걷기 좋은 도시를 위해서는 단절된 곳을 최대한 이어 대전을 대표할 수 있는 도심 속 공원이라는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