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반려동물은 소와 돼지에 주사를 놓는 가축농가와 마찬가지로 자가 진료가 허용됐다. 때문에 일명 강아지공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수술과 주사 등 진료행위가 버젓이 진행됐다.
지난해 한 TV프로그램에 나온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번식 농장을 한다는 농가 주인은 종이컵과 주사기를 이용해 마구잡이로 개들에게 바늘을 찔러댔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가능했던 일일까.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했기 때문일까. 죄의식 하나 없어 보이는 농장 주인은 카메라 앞에 여과 없이 시술을 보여줬다. 수술을 하던, 주사를 놓던 어떤 진료행위를 해도 불법이 아니다 보니 당당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자 반려동물 자가 진료 금지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꿈틀거렸다. 여러 수의사도 이에 대한 정책에 한목소리를 냈고, 수의사법 시행령이 지난해 말 시행됐다. 개정안은 7월 1일부터 발효된다.
모두 정책에 환호를 보냈지만, 자가 진료 범위에 피하주사를 허용할 것이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은 반려동물 소유주와 수의사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개정안 지침엔 보호자가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약을 먹이거나 바르는 행위, 수의사 처방·지도에 따라 투약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지침은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헌데, 피하주사 허용 지침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수의사들은 백신과 항생제를 과다 투여했을 때 동물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또 동물을 돈으로 보는 번식농가에만 좋은 지침이라고 비판한다. 동물 학대를 조장할 것이란 개탄 섞인 목소리도 높아진다. 일부 수의사들은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반려동물은 어떤 이에겐 친구로, 또 어떤 이에겐 가족으로 다가온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졸린 눈으로 마중 나온 반려동물을 본 적 있는가. 묻고 싶다. 당신은 이런 반려동물에게 주삿바늘을 찌를 수 있을지. 방원기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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