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생활ㆍ농업ㆍ공업용수 모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산임해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호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보령댐과 주요저수지 저수율 급락 제구실 못해
안 지사, 가뭄 재해지구 건의도 후속 대책 흐지부지
충남 서부지역 일대가 계속되는 가뭄에 생활ㆍ농업ㆍ공업용수 모두 비상이 걸렸지만 해소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24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최근 1년간 도내 강수량은 864.3㎜로 평년 1280.5㎜의 67.4% 수준에 불과했다. 올 들어서도 143.4㎜의 강우량으로 평년(236.6㎜)의 60.2% 수준으로 지난겨울에 이어 봄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비가 내리지 않자 지난 21일 현재 보령댐 저수율은 10.9%로 급락했다. 보령댐은 보령, 홍성 등 서해안 일대 8개 시군의 각종 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 댐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사실상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898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 역시 54.9%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85.2% 대비 30.3%p 낮아졌다. 수치상으로 저수지 용수 공급능력은 32.6%가 줄었지만, 실제 유지용수를 제외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절반 이하 수준이다.
서해안 산업단지 공업용수 역시 이미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삽교호 등에서 농업용수조차 대기 어려워지면서 공급량이 평소 5% 수준으로 사실상 끊어지다시피 했다.
실제 대산임해산업단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당진 대호호 저수율은 삽교호 용수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저수율이 하루 평균 1.57%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 21일 하루 동안 무려 3.2%p가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서해안 일대 담수호 염분농도가 공업용수는 물론 농업용수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농민들이 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는 이유다.
이미 염도가 0.4% 이상을 기록하며 정상치의 2배를 넘어 모내기용 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앙한계(0.25∼0.28%)를 웃돌고 있다. 태안군을 비롯해 서산시, 보령시, 서천군, 홍성군 일대 간척지 염도는 일부 지역은 0.5%를 넘어 소금물로 변하고 있다.
충남도 역시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도록 지난 1월부터 ‘봄 가뭄 용수 공급 대책’을 수립하고 지난 3월 25일부터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도수로를 가동, 523만1000t을 공급받았지만, 역부족이다.
서해안 8개 시·군에 280억 원을 투자해 노후관로 교체와 누수탐사를 벌이고 123억원을 들여 저수지 준설 등 농업용수 확보에 나섰지만, 근본대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궁영 행정부지사조차 “서산·보령 등 도내 서부지역의 가뭄 상황이 심각한 실정”이라며 “현재 상태의 가뭄이 6월까지 지속하면 더욱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후변화에 따른 충남 서부권의 가뭄대책으로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대청댐 광역상수도 3단계 조기착공이 요구된다. 부족한 공업용수는 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가, 농업용수는 금강∼예당지 농업용수 이용체계 재편이 대책으로 제시됐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관건이다.
가뭄에 따른 재해지구 지정 등 적극적 대책도 요구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0일 서산과 홍성의 간척지를 찾아 농민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뭄 재해지구 지정을 중앙정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후속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가뭄대책 회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포=맹창호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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