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분위기…제대로 된 행정 가능할까?
“제가 말했다고 하지 마세요. 저랑 만났다는 사실은 꼭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전교육청 직원이 한 말이다. 이 때는 이 직원이 왜 이렇게 민감해 하나 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본인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가자 ‘정보를 제공한 직원을 찾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번 제보자 색출 지시 건과 직원들의 반응을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이러한 지시가 한 두번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교육청 직원들은 자신이 취재원이라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설 교육감과 관련됐거나 내부의 민감한 사항인 경우에는 당연히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
지역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만큼 그러려니 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을 보면 ‘제보자 색출’이 단순 지시에서 끝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과장이 책임을 지든지 정말로 제보자를 색출해 내든지 어떻게든 교육감에게 보고가 올라갔으니 직원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설 교육감이 제보자로 색출된 직원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주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사권이 있는 만큼 인사상 불이익 정도가 예상된다.
그동안 몇 번의 제보자 색출 지시가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인사가 가장 중요한 공무원 조직에서 직원들이 내부 일을 밖에 알리지 않도록 하는 효과는 즉시 나타났을 것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누가봐도 불합리하거나 잘못된 행정절차 조차 쉬쉬하게 되고, 내부적으로 곪아 터져 밖으로 알려지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이 선출직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기사 하나 하나에 민감한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숨기기 보다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관장의 모습이 아닐까.
정성직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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