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소리로 범죄자를 판별하는 수사기법이 등장했다. 18일 노세호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두 개의 녹취파일을 활용한 목소리 분석을 시연하고 있다. |
지문ㆍDNA처럼 목소리로 범죄자 판별ㆍ검거
기계음ㆍ음성변조도 98%까지 잡아내
서로 다른 목소리라고 생각한 녹취파일도 귀신같이 덜미
국내 대학 중국인 어학연수생들도 범죄 가담
휴대전화 번호 발신 표시로 의심 피해
충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34명 검거 27명 구속
목소리로 범죄자를 판별해 검거하는 수사기법이 등장했다.
지문과 DNA 등의 생체인식을 통해 강력범들을 잡아들이는 방법과 동일하다.
서민을 울리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박멸이 기대되는 등 금융사기범 퇴출을 위한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는 평가다. 이 기술은 사람이 듣기에 서로 다른 목소리도 귀신같이 판별하는 등 기계음과 음성변조도 98%까지 잡아낼 수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중국 천진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국내 피해자 107명의 현금 6억 원을 가로챈 한국ㆍ중국 공조 보이스피싱 조직원 34명을 붙잡아 피싱책 A(36)씨 등 27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무더기 구속하고 나머지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금융감독원 등 기관 직원을 사칭해 범죄 관련성 조사나 저금리 대출전환, 대출금 상환 등을 들먹이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여기엔 H(19)씨 등 국내 대학교의 어학연수생으로 거주 중인 중국인 3명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형제와 동네 친구들도 있었다.
전과 달라진 점은 1588 등의 대표번호가 의심을 받는다는 판단에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기법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이번 수사에서 경찰은 조직원들의 범행 목소리를 분석해 별도의 과거 범죄 20건(피싱책 10명)을 밝혀내는 등 여죄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미 수천 건의 범죄음성 데이터도 확보했다.
금융감독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참여한 음성분석 시스템은 깨끗한 음성일 경우 98%까지, 잡음이 섞였어도 90%까지 목소리를 분별한다.
일부러 낮은 음을 내고 다른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는 등의 음성변조 및 기계음 활용 시에도 90% 변별력을 갖고 있다. “사실상 지문처럼 고유의 목소리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경찰의 범죄 사례 시연에서는 기자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목소리라고 생각한 두 개의 녹취 파일도 동일인의 음성으로 판명되는 등 신뢰성을 보였다.
노세호 충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보이스피싱이 조금이라도 의심될 경우 신고를 해 달라”고 당부하며 “이번 목소리 분석 수사로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에 한 획이 그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 목소리 분석은 일부러 다른 소리를 내거나 기계음이 섞여도 최대 98%의 분별력을 보인다. 18일 노세호 충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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