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황래 목원대 교수 |
“제자는 평생 함께 가는 동반자이고, 조언자 입니다”
“입술이요? 하하하, 이거 학생들하고 씨름하다보면 하루도 빼꼼한 날이 없어요.”
벌겋게 부르튼 입술을 가리키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지난 12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목원대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정황래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ㄷ’자로 꺾인 연구실은 온갖 책과 그림들로 채워져 한 발을 내딛기도 어려웠지만, 벽 한켠에 재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써 놓은 글귀가 첫 눈에 확 들어왔다.
‘정말 우수한 작가를 키워보자. 정말 해외로 진출해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능력 있는 작가…’
매일 딱지가 앉는다는 입술과 ‘정말’을 강조할 정도의 사진 속 문구에서 제자들과의 사랑싸움(?)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대뜸 정 교수에게 제자의 존재란 무엇이냐고 묻자, “동행입니다. 학부 4년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는, 무엇이든 함께 하는 동반자고 조언자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설명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예전에 작가들은 대부분 도제식 교육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림만 봐도 누구한테 사사받고, 누구 제자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예술적 감각이나 창의적 활동이 존중받는 시대입니다. 스승의 역할도 그러한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목원대 미술학부 한국화전공에는 8년째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황래 교수 등은 지난 2010년 ‘제자사랑-꿈 키우기’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사제동행’으로 이름 붙여진 이 장학사업은 교수들이 학교 지원금이나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매달 자신의 급여 일부를 기부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창작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재학생들을 격려하고 본인의 꿈을 찾고 또 꿈이 현실이 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자사랑-꿈 키우기’는 곧 해외미술체험으로 현실화됐다.
재학생들이 혼자 해외에 나가서 체험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 스승과 제자가 함께 보고, 느끼고, 기획하고, 전시까지 해낸다면 국제적 안목을 넓혀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매년 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10여명의 제자를 선발해 이들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6박 7일의 일정으로 일본, 베트남, 대만, 중국의 상해와 서안, 화산 등지를 돌아보는 해외미술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있다.
마지막 날에는 묶고 있던 호텔 객실을 이용, 현장체험활동 기간 동안 제작한 작품들로 새로운 전시형태인 호텔 아트페어 형식의 ‘목원한국화 호텔 아트페어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소요되는 수천만원의 경비는 전시에 따른 판매기금이나, 교수들이 발로 뛰어 지역 내 병원들과의 협약을 이끌어 내 기획전을 열고 여기서 얻어지는 지정장학금을 받아 모은 금액 등으로 마련하고 있다.
작년까지 총 83명의 재학생들이 해외미술체험을 했고, 올해도 여름방학에 15명의 학생이 해외로 떠날 예정이다.
정 교수는 사제동행의 의미를 “스승과 제자는 함께 가는 것입니다. 바로 동행입니다. 교육은 강의실이나 교내 실기작업실 뿐 아니라 학생들과 어느 곳이든, 어떤 것이든 같이 하는 것입니다”라며 “농촌 봉사(벽화그리기) , 창작활동, 전시기획 등 모든 교육이 주로 현장에서 체험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단지 재학생 개인이 갖고 있는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사고가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제자 사랑의 사제동행은 최근 눈부신 실적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몇 년 사이에 창작의 꿈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부쩍 늘어났고, 올해 대전시미술대전에서 권민경씨가 대상을 수상하는 등 재ㆍ졸업생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스승의 날, 제자의 카네이션조차 청탁금지법에 저촉돼 논란이 되는 현실에서 스승의 제자에 대한 한없는 내리사랑은 5월의 바람처럼 훈훈함으로 다가온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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