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망 정치경제과학부 기자 |
과학기술계는 지난 정부 내내 ‘창조경제’ 구호를 외쳤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5일, 그들은 창조경제 흔적 지우기에 바쁘다.
국가 과학기술과 ICT(방송통신기술)의 컨트롤타워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정권의 최대 국정과제 창조경제를 화두로 과학ㆍICT 기술 상용화에 앞장섰다.
하지만, 미래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있던 지난 10일 누리집 첫 화면 부처 핵심 전략 소개 항목에서 창조경제를 삭제했다.
누리집 내 부처 로고 옆 ‘대한민국 재도약의 힘 창조경제’ 문구도 뺐다.
자발적으로 창조경제를 진두지휘하는 부처라고 불리길 원했던 미래부가 창조경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미래부 뿐만 아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ㆍ소기업 지원, 연구성과 상용화 등의 성과을 강조하던 출연연이 어느 순간 열정적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대한 기관별 전략 설명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국가 전략 주요 정책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연연이 창조경제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기관 전략을 바꾼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발적 부역’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얼마 전 창립기념일을 맞은 대덕특구 한 출연연 원장은 취임사에서 “혹자는 우리 연구원과 4차 산업혁명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묻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의미를 알면 관련성이 깊다는 걸 알게 된다”면서 연관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해 약간 안쓰러워 보였다는 평도 나왔다.
차기 국정과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전략을 수정했다는 말도 맞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해 열리는 새로운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나타나는 이 같은 움직임에 씁쓸한 것은 나뿐일까.
살아남기위해 전략 수정을 선택한 기관에게 약간의 동정심이 들기도 한다.
국내 과학기술계는 불과 반세기 동안 과학기술 불모지에서 꽃을 피워낸 경험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새 화두로 삼은 과학기술계가 이번에도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차세대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들을 응원한다.
최소망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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