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
초목은 스스로 힘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으므로 때에 맞춰 비가 내리면 그 성장이 빨라진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맹자에서는 '배움'의 때를 강조하고 '시우'와 같이 제때에 적당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강조해 시우지화(時雨之化)라고 했다.
그렇다고 인류의 발전이 시우에만 의존했던 것은 아니다.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고 평안한 삶을 위해 치수(治水)의 노력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저수지, 보 등을 쌓아서 농업을 진작시키고 평안한 삶을 위한 생활용수를 공급하고자 다목적 댐도 건설했다.
금강청 담당에는 대청댐, 충주댐, 보령댐 등 3개 댐이 건설돼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대형댐이 그동안 안정적인 용수 공급에 이바지한 바를 헐뜯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근 대청댐과 충주댐의 4월 말 기준 저수율이 각각 61%, 36%로서 예년의 40%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보령댐은 4월 말 저수율이 13%에 불과하다.
보령댐은 지난 3월 25일 경계단계가 발령됐고, 물이 필요한 농번기에 농업용수 공급을 크게 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수만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금강 물을 끌어들인 도수로가 있어 가능했다.
우려되는 것은 도수로 가동 이후에도 보령댐 저수율은 도수로 가동을 시작할 때의 14%에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령댐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8개 시·군 45만 시민은 제한 급수를 하는 심각 단계가 발령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치수'가 잘 되었는지 뒤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직도 공맹 시대처럼 '시우'를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아야 하는가?
현재 보령댐의 용수공급 위기는, 우선 용량과 비교하면 과다한 물 수요를 들 수 있겠다. 물의 배분과 관리는 매우 엄밀한 예측을 통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996년 보령댐 준공 이후 2000년에 하루평균 4만t이 공급되던 것이 작년에는 하루 19만t이 공급됐다.
이는 375%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시·군에서 관리하다 보령댐으로 이전한 일 8만 톤의 폐쇄한 지방 상수도와 충남 서북지역에 들어선 화력발전소 등 공업용수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물그릇의 크기에 비해 사용량이 너무 많게 계획된 것이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급 중심의 '치수'가 가지는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물의 공급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물의 수요도 고민해야 할 때다. 치수의 개념을 넓게 보자는 것이다. 흘러가는 빗물을 가두어서 사용하고, 사용한 물도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등 물순환을 염두에 둔 치수가 필요하다.
쉽게는 가정에서의 물 절약 실천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상수관로에서 새는 수돗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 보령댐 물을 공급받는 8개 시·군의 유수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30%는 상수관로 등에서 새어나와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빗물이용 확대, 하폐수 처리수의 재이용, 지하수 부존량 제고, 취수원 다변화 등 물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치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은 환경 속에 살면서 환경을 도외시했던 지난날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환경 속에서 서로 융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혜가 하늘에 의존하는 '시우'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드는 '시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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