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절차 중요시
수년간 보육원에 후원, 남몰래 선행도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최진영 변호사(50)가 판사 시절부터 법조인생을 살면서 늘 염두해두고 마음에 담고 있는 철학이다.
대전에서 태어나 초ㆍ중ㆍ고를 모두 대전에서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입학한 그는 어린시절부터 법조인의 길을 ‘당연하게’여겼다.
“어린시절부터 법조인의 길은 정해져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한번도 다른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 변호사는 99년 사법고시(사법시험 41회ㆍ연수원 31기)에 합격 한 이후 판사의 길을 걸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법관 생활을 해온 그는 유독 형사재판을 많이 해왔다. 민사 1년을 재외하면 9년여를 형사재판 판사로 살아온 샘이다.
최 변호사는 “죄가 없는 사람이 무죄를 받는 것이 아니다. 죄를 입증할 수 있는 절차와 원칙, 증거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판사시절 기억에 남는 재판이 있다. 대학생이 세탁소 앞에 걸려있는 유명 메이커 점퍼를 훔친 사건이다.
검사 측은 이 대학생이 점퍼를 훔쳐 달아났고, 마주오던 자동차 운전자가 학생의 얼굴을 스쳐지나가면서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범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본 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검사 측은 자동차 운전자를 증인으로 세웠고, ‘이 사람이 범인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그렇다’였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절차에 주목했다. 식별검사에 있어서 여러사람을 세워놓고 목격한 인물을 집어내도록 하는 것이 정식 절차였지만, 검사 측이 이를 무시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 대학생의 정황 등이 의심스러웠지만, 식별검사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검사 측의 입증 부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판사인 내가봐도 심증적으로 범인이었지만, 심증적으로 의심이 된다고 죄를 주는 것이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절차를 중요하게 바라봤다”고 말한다.
판사시절부터 원칙주의자였던 그는 변호사의 옷을 갈아입고도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증거 중심의 무죄추정주의, 원칙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것이 그의 변호 철학이다.
그는 변호사로 옷을 갈아입은 뒤 “판사할 때 몰랐던 것을 많이 배운다”고 말한다.
사건 이면에 있는 진실한 사실관계를 목격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는 “나를 믿고 의뢰해준 의뢰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때로는 의뢰인들이 법조인을 찾기 이전에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의 식견을 듣고 법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법조인의 한사람으로 일반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법률전문가와 송사에 대해 상담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언제나 재판장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본다는 그는 대전지역이 유난히 충동적인 범죄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대화나 소통 등에 서툴어 참고있다 폭발하는 성향이 있는것 같다. 큰 문제가 아닌데 충동 성향때문에 재판을 받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어린시절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10여 년동안 보육원에 남몰래 후원을 하고 있는 최 변호사는 대전을 진정 사랑하는 대전사람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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