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하락 등 주된 이유
주저앉은 소비심리와 지속된 경기침체 탓에 대전지역 외식업체 수가 급감했다. 외식업체들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보다 장사가 힘든 실정이라고 푸념한다.
8일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지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지역 외식업체 수는 1만 4219곳으로 지난해 3월 말(1만 4593곳)보다 374곳이나 줄었다. 이는 서구가 주도했다. 서구는 2016년 3월 말 4453곳에서 올 3월 말 4225곳으로 228곳 업체가 경기불황에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중구 68곳, 대덕구 49곳, 동구 40곳이 셔터를 내렸다. 반면 유성구는 3139곳에서 3141곳으로 2곳이 새로 생겼다.
외식업체가 늘었다고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었지만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매수자를 찾는 업주들이 통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한 이들은 사방팔방으로 가게를 이어받을 이를 찾지만 쉽지 않다. 길거리 빈 점포에 내걸린 ‘임대합니다’ 현수막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이유다. 이어 받을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애꿎은 임대료만 낸다. 때문에 월세만 내며 매수자를 찾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줄어든 외식업체 수는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구에서 짬뽕집을 운영했던 김 모(56)씨는 “직장에서 퇴사한 후 호기롭기 장사를 시작했지만 오픈 초기에만 사람들이 몰리다 이후엔 뜸해져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들여왔던 식자재와 식기 등을 헐값에 넘기고 나니 직장생활 했을 때 벌어들였던 돈이 바닥을 보인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소비심리 하락도 외식업체 폐업에 한몫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대전·충남지역 619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지출전망지수를 살펴보면 외식비는 1월 89, 2월 88, 3월 89, 4월 92로 기준치(100)를 넘지 못해 여전히 암울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심리지표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 반대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올해 소비심리는 기준치 아래에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식업주들은 이달 황금연휴 대목도 누리지 못했다. 석가탄신일부터 어린이날까지 연일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0ug를 웃돌면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에 연휴 기간 지역 식당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구 관저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 모(52) 씨는 “5월 연휴 때 저녁 손님이 많이 올 거라 예상했지만 기대감만 컸을 뿐이었다”며 “월세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 없어 아르바이트생을 줄일까도 생각 중”이라고 한탄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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