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신고 안 해 부정수급 400여만원 환수 조치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A(62)씨는 지난 2015년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구에서 날아온 한 통의 통지서 때문이었다. 시각장애인인 A씨는 그해 구에서 실시하는 맞춤형 일자리를 얻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지역 경로당을 찾아가 노인을 안마해주는 일이었다. A씨가 한 달간 일해 손에 쥐어진 급여는 30만원. A씨는 이 돈이 한번에 값아야 하는 ‘빚’이 돼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수급자였던 A씨는 수입을 신고하지 않아 부정수급자가 됐고 420만원이 넘는 돈을 환수해야 했다. 지체장애를 앓으며 같이 살고 있던 딸이 공공근로를 하며 발생한 수입이 포함된 금액이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일자리를 제공받은 후 별도의 수입 신고를 하지 않아 부정수급자가 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당시 A씨와 함께 일하던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부정수급자로 적발돼 수급비가 깎이거나 환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인데, 어려운 신체 능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나간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다.
8일 대전 서구에 따르면 당시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 사업은 지역 198개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에게 무료 안마서비스를 제공했다. 연간 3700만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맞춤형 일자리 사업이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자치구에서 제공한 일자리인 만큼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으며, 문제가 됐다면 당시 받을 수급비에서 일부가 깎일 것으로 알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해 하반기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하반기 확인조사에서 A씨를 비롯한 시각장애인은 수입 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수급비가 깎이거나 환수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의 경우 당시 대학생이었던 장애인 딸이 월 70만원가량의 돈을 벌기도 했다.
A씨는 “400만원이 넘는 돈을 환수하라고 했을 때는 앞으로 일하지 말고 수급비만 받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일을 해 사회에 나가고 싶었다”며 “구에서 돈을 내라는 독촉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수급대상자로 결정이 나면 대상자에게 수입이 발생하면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고 현 시스템상 수입이 발생하면 그만큼을 제하고 수급을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지자체에서 제공한 일자리라도 사전에 수급비에서 수입을 공제해 지급하는 체계가 없어 본인이 직접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공근로의 목적이 ‘탈빈곤’과 근로능력 고취에 있지만 그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 복지제도 내에선 근로 의욕을 박탈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공공근로의 실질적 임금 책정과 현실적인 근로능력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기준 지역의 수급대상자는 3만 3614명(1만 3558가구)이며 지역에서 발생한 부정수급은 지난해 9월 기준 242건이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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