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
잠깐 열어둔 창문 틈으로 누런 가루가 날리고, 자동차는 금세 노오란 분진에 뒤덮여 세차를 해도 무용지물이다.
송홧가루야 매년 봄 날렸다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기관지 질환을 걱정해야 하는 대기오염의 시대는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올 봄 파란 하늘을 본적이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하다 보니, 먼 미래에 파란하늘은 동화 속에나 존재했을 법한 ‘유토피아’가 되진 않을지 걱정스럽다.
미세먼지는 2017년 대한민국 최대의 화두다. 대선을 7일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도 미세먼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울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임기 내 미세먼지를 30% 단축하고, 노후 석탄 발전소를 4~5월에는 가동을 중단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022년까지 신차 35% 친환경차 CNG버스에 보조금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미세먼지 기준을 선진국 수준 강화하고 석탄발전쿼터제,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기오염경보제와 미세먼지 국가재난을 포함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미세먼지세로 부과하고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한다는 공약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후보들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더욱 실질적인 대책을 원한다. 미세먼지 유입 차단은 물론, 자체적으로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자정효과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도시 숲’과 ‘나무’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는 면적 3.41km의 도시공원이 있고 샌프란시스코에는 412ha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골든게이트 파크가 있다.
‘알짜배기 빌딩 도심 한복판에 공원이라니…’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과거 한국식 사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논제였지만 점차 국내에서도 숲에 대한 갈망과 조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수록 자연에서 치유 받고 싶은 인간의 잠재된 본능이 깨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산림청은 올해 1322억 원을 투입해 도시 숲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건물 사이 자투리땅과 매립장, 도심 유휴지 등 81곳에 조성할 예정이다. 도시 숲은 연간 168kg에 달하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어 장기적으로 녹색도시, 숨 쉴 수 있는 도시의 허파를 만드는 일이다.
최근 걷기와 보행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시 숲이 대전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조성된다면, 미세먼지가 불어와도 당당하게 도심을 걷을 수 있지 않을까.
나뭇잎의 초록, 청명한 하늘의 파란색,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자연의 색이다.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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