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6년도 주거실태 조사’에 중산층이 수도권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려면 6년 반 이상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외 광역시나 지방은 이보다 조금 더 낫지만 애초에 한 푼 안 쓰고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택마련에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무주택서민들 처지에서는 싼 이자에 대출을 받는 것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정부가 부동산 관련 금융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갈수록 무주택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져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늘어나는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고자 내놓으면서 은행권의 소득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중도금 대출에 이어 잔금대출 진입까지 옥죄고 있다. 금융권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해줄 때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활용해 심사하고 있다. 기존 대출의 이자와 원금까지 함께 따져보는 것으로 빚 갚을 능력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방식이다. 현재 아파트 중도금 대출과 잔금대출에 적용돼 소득 증빙이 의무화 되고 비거치·원리금 분할상환 원칙이 적용됐다.
이 같은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는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의 급증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방안이라는 점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무주택서민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소득심사가 강화돼 대출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고, 담보물건이 없는 무주택자들은 분양시장 진입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금융 금리의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규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대 연 5%의 시중은행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대다수 사람은 무주택서민들이다. 본인이 모은 돈으로 집을 살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강화하면 할수록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무주택 서민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차별적으로 금융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무주택서민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부터 내놓을 필요가 있다.
경제과학부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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