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선물로 고가의 골프채를 주고받은 서울대 의대 전현직 교수가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달 ‘스승의 날’을 앞두고 대학가에 ‘청탁금지법’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혜화경찰서는 최근 서울대 의대 교수를 명예퇴직한 A씨가 퇴직을 앞둔 지난해 12월 2차례에 걸쳐 후배 교수 17명으로부터 총 730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동안 대학가는 그동안 관례로 여겨졌던 퇴직 선물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후 적발되면서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교수 사회에서는 퇴임을 앞두고 은퇴하는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소정의 금액을 갹출해 선물을 하거나, 제자들이 그간의 연구 업적을 모아 퇴직 기념 논문집을 헌정하는 것이 영예로운 행사로 자리잡아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음달로 다가온 스승의 날을 앞두고도 대학가의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게 싸늘한 분위기다.
주말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와 내달 9일 치러지는 대선, 대학가 축제 등을 고려하면 이미 벌써부터 논의가 시작됐어야할 스승의날 행사나 사은회도 이번 서울대 사건을 계기로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교수들을 초청해 가졌던 식사 자리도 잠정 중단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놓고 그동안의 잘못된 적폐가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옹호의 목소리와 함께 한국의 ‘정’문화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역대 대학원생 김 모(25)씨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내야 하는 수십만원의 사은회비가 솔직히 부담이었는데 이번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내지 않게 돼서 홀가분하다”며 “졸업전까지는 대학원생들이 ‘절대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이번 청탁 금지법이 그 동안의 불합리한 부분을 어느정도 해소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대 교수 이 모씨는 “사은회에서 어떤 값비싼 선물을 기대했다기 보다는 사제지간의 존경이나 정을 기대했는데 청탁금지법이 교수사회 전체를 부도덕하고, 부정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권익위에 따르면‘청탁금지법’ 시행 후 6개월이 지난 4월 현재, 자진신고와 제3자 신고를 포함한 청탁금지법 위반 총 신고건수는 모두 2311건으로 집계됐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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