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국고보조금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이 복잡한 사용과 높은 문턱으로 예술인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기재부는 국고보조금의 예산편성과 집행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e나라도움’을 도입했다.
하지만 홍보와 교육은 물론 이중·부정수급 방지와 정산시스템 등 핵심 프로그램 개발이 되지 않은 채 급하게 시행만 서두르면서 문화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공연ㆍ전시를 진행한 문화예술단체들의 경우 통상 1개월여 내에 정산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정산시스템이 구비가 안 돼 있는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A 예술단체 대표는 “정산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은 채 우선 시작해보자 식의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한 것”이라며 “수차례 교육 듣고, 공인인증서도 발급받고, 시키는 대로 다 해봐도 높은 시스템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보조금 지급수단을 신용카드로 한정한 가운데 소득이 없는 예술단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 까다로운 카드발급 조건에 어려움을 겪어 지원금 제한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기재부가 기획한 새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을 통해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보조금 받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단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역 한 무용인은 “보조금 사업 대부분이 일정한 수입이 없는 예술인들인데 보조금 사업비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신용카드를 발급해야 하는 조건과 같다”며 “결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이를 진행하는 대전문화재단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을 완전히 구축하고 시범 가동 후 오픈하는 게 일반적인데 프로그램 홍보는 물론 교육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하루에도 수십여통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작가 B씨도 “정말 주먹구구 행정이다. 하다못해 유치원 어린이들도 계획을 짜고 체게적으로 하는데 어떻게 정부부처가 계획도 없이 도깨비처럼 진행하냐”며“지원금 몇푼 받겠다고 몇번 문화재단을 왔다갔다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입력하고, 정말 안맞는것 투성”이라고 꼬집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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