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2주간 방치하다, 냄새 때문에 여행가방에 담아 유기
대전의 한 공터에서 발견된 ‘여행가방 속 여성 시신’은 대전역 주변 노숙인으로 확인됐다.
40대 한 남성의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 끝에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24일 우연히 만난 노숙인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과 사체 유기)로 이모(48)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화난다’는 이유로 여성을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집에 2주 넘게 방치하다가 부패가 심해지자 여행가방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이씨는 오후 대전역에서 여성 A씨(49)를 우연히 만났다. 이들은 서로 눈인사 정도는 했지만, 친분은 없었다.
이씨는 직업 없이 대전역을 자주 오가며 노숙인과 술을 마셨다. A씨도 일정한 주거지 없이 대전역 주변에서 노숙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도 대전역 주변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이씨는 A씨에게 자신의 집에서 함께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했고,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대전 중구 이씨의 집까지 따라가 다음 날까지 술을 마셨다.
다음 날인 6일 오후 7시께 이씨는 술에 취해 A씨와 말다툼을 시작했고, 격분해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씨는 A씨 시신을 작은 방에 그대로 방치하고 대전역에서 잠을 자거나 만취해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이어갔다.
2주가량 뒤인 지난 20일 인근 시장에서 28인치 여행용 가방을 구입했다. 이 가방에 시신을 넣고 다음 날인 21일 오전 1시 50분께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공터에 버렸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이상한 큰 가방이 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여성 시신을 확인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오후 8시 30분께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CCTV 속 남성이 불편하게 걷는 점을 확인, 그동안 폭행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수차례 받았던 이씨로 쉽게 특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검거 직후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그의 집에서 발견한 A씨 소지품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방 안에 시신을 방치했는데, 부패하면서 냄새가 심하게 나 가방 안에 넣어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추가 조사한 뒤 이번주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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