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산 일대 아파트. 사진=임병안 기자 |
둔산 신도시는 아파트 천국이다. 그것도 대부분 네모 반듯한 사각형이다. 층수도 15층으로 거의 획일화돼 있다.
둔산동과 만년동, 월평동, 탄방동 등 둔산 신도시 일대에 있는 아파트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조성됐다. 서구청으로부터 받은 공동주택 현황 자료를 보면, 모두 4만 4010세대에 달한다.
1991년에는 청솔,가람, 국화동성, 한가람, 공작 등 모두 5366세대가 지어졌다. 1년 뒤에는 크로바와 한마루럭키, 한마루삼성, 국화신동아, 국화우성, 국화라이프, 국화한신 등 5270세대가 늘었다.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1993년에는 목련과 햇님, 수정타운, 월평주공1ㆍ2ㆍ3단지, 백합, 샛별, 하나로까지 1만 282세대가 더 생겼다. 1994년에는 은초롱과 꿈나무, 둥지, 녹원, 은하수, 무지개, 한아름, 무궁화, 다모아, 황실타운, 전원, 누리, 개나리, 한우리까지 모두 1만 2154세대로 정점을 찍었다.
1년 후에는 향촌, 파랑새, 상아, 초원, 상록수, 진달래 등 6247세대, 96년엔 강변과 산호 1141세대, 98년 샘머리1ㆍ단지 3550세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실 둔산 신도시 아파트들은 저렴하게 지어 비싸게 팔아먹었던 대표적인 곳이다.
개발계획이 함께 수립된 타 신도시 등과 달리, 둔산 아파트들은 대부분 15층이다. 당시엔 16층 이상을 지으려면 ‘스프링클러’가 의무였다. 별거 아니라 할 수 없지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최소 10㎝ 이상의 공간이 필요했다.
아파트단지 내에 내놓을만한 작은 공원이나 녹지공간도 변변치 않다. 오로지 동과 동 사이는 거의 주차장이 점령했다. 1970년대 서울에 지어진 아파트에도 스크링클러나 녹지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얼마나 대충 지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둔산 일대 아파트. 사진=임병안 기자 |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26년, 가장 젊은 건 19년 됐다.
늙고 있다고들 한다. 보기에도 주름이 많은 것 같지만, 속은 아직도 20대 청춘일 만큼 건강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낡고 오래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투자적’ 시각을 강조하는 이들의 얘기다. 사람과 돈이 둔산으로 집결하려면 부동산인 집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방법은 수직증측 리모델링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작용을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아파트를 하늘로 더 치솟게 한다면 그야말로 ‘벌집’이 될 수 있어서다. 집을 선택할 때 가장 강조한다는 ‘남향과 조망권’ 등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과 자동차가 들어와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일시적으로 ‘돈’은 될 수 있겠지만, 머지않아 생활환경과 주거만족도가 악화돼 결국 스스로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50년이 넘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사는 것”이라며 “주거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집을 부를 축적하는 부동산만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나 서구청은 ‘수직증측 리모델링’ 검토는 해보려고 한다. 물론, 서울을 제외하고는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한 도시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준비 차원에서 지난해 예산을 올렸었지만, 전액 삭감됐다.
시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 차원에서 타당성 조사를 위해 계획을 제출했지만, 시급하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다”며 “필요성이 있는 만큼, 관련 논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