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정혜진(48ㆍ가명)입니다. 오늘은 저의 하루를 소개하려 합니다.
저는 걸을 수 없는 장애인입니다. 때문에 어딜 가고자 하면 전동 휠체어에 몸을 맡기곤 합니다. 아침부터 복지관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보통 주변의 도움을 받아 전동휠체어에 오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기 전에는 혼자선 어딜 간다는 생각조차 힘들었지만,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가까운 곳은 혼자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복지관까지는 고작 3km 내외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합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지나갈 때면 ‘덜그럭, 덜그럭’ 전동휠체어가 움직입니다. 그때마다 저에게 전해지는 충격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끔 전동 휠체어를 시승한 사람들은 “버틸만하네!”라고 합니다. 저도 일반인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매일 12시간 이상 꼼짝없이 전동휠체어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 허리를 타고 목까지 뻐근해져 오는 걸 일반인들은 알 순 없겠죠.
경사진 곳은 어지러운데다 바퀴가 걸리면 빠져나오기 위해 최소한 10분 이상 소비합니다.
그나마 인도로 갈 수 있는 곳은 다행입니다. 가다 보면 문턱같이 튀어나온 곳을 발견합니다. 3cm 정도의 턱만 있어도 전동휠체어는 통행할 수 없습니다.
혼자 다니다 넘어지면 몸 상하는 건 둘째고 일어날 수 조차 없습니다.
지나가던 일반 시민분이 도와줘서 한두 개는 넘을 순 있습니다. 언젠가 도움을 받다 “너무 무거워서 그런데 잠깐 내려줄 순 없으세요”라는 말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선의로 하는 말이지만, 가슴 아프게 느꼈습니다.
이러니 저에게 ‘인도’는 인도가 아닙니다. 차라리 차도로 돌아갑니다. 차가 다니는 길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하긴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바로 옆에서 ‘쌩쌩’ 달리는 자동차 때문이죠. 골목길에서 커브를 틀다 자동차와 마주치면 아주 깜짝 놀랠 때도 많습니다. 물론 저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주행에 방해된다고 생각합니다.
‘빵빵’ 오늘 역시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네요. 이 정도면 양반입니다. 어떤 운전사는 “왜 도로로 나오냐”며 손가락질과 욕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저도 도로로 가고 싶어 달리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오늘은 중도일보 기자가 ‘장애인 차별금지의 날’이라 “취재를 하고 싶다”고 물어왔습니다. 속으로는 “이날 하루 특별한 날이라고 떠들썩하게 챙기지 말고 하루만이라도 혼자 가고 싶은 곳에 안전하게 가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 이 기사는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인터뷰를 통해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한 장애인의 하루 일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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