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과학부 최소망 기자 |
봄꽃 향기보다 정치적 향기가 물씬 나는 계절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도 마찬가지다.
일 년에 한 번 대전에 올까 말까 한 인물들이 최근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번갈아 대덕특구를 찾는다.
대선주자가 대덕특구를 찾을 때마다 그들 옆에서 낯익은 인물들이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선거 캠프에 발을 들인 과학기술인들이다.
그들을 보면 차기 정권에서 한 자리를 약속 받지 않고서야 저렇게 열성적일 수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민주당 대전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제4차 산업혁명 특별시 추진위원회’ 위원장에 원광연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두 달 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문 후보가 과학기술인과 간담회를 가졌고 원 교수는 이 자리에서 사회를 맡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원 교수 대신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연구처장)가 사회자 역할을 했다.
한 연구원이 문 후보에게 “만약 대통령이 되신다면, 차기 정권에서 한자리를 노리고 캠프에 들어간 과학자들에게 보은인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말을 들은 당시 사회자인 김 교수는 “저를 지칭해서 이야기하시는 건 아니시죠? 허허”라며 웃어넘겼다.
김 교수는 겉으론 웃어넘겼더라도 속으론 당혹감을 감추진 못했을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 정권의 꼬리표를 떼고자 발버둥치는 과학자도 보인다.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던 친박 꼬리표가 붙어 있는 과학자들은 정권이 바뀔 것을 미리 감지해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선 정치적 교수를 이르는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적 언론인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라는 말이 있듯 정치적 과학자 ‘폴리언티스트(polientist)’라는 단어도 곧 생기지 않을까 싶다.
우리 인류의 수백 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과학기술계만큼은 정치권에 휘둘려선 절대 안 된다.
차기 정권에서 일부 보은인사와 특정인사 위주로 과학기술계가 논의된다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는커녕 원시대를 대비하는 수준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특정 인사 위주가 아닌 현장의 연구자 집단을 중심으로 앞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장기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진정성 있는 고민을 시작해주길 바란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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