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곳곳에 젊음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4월, 배재대 한국어문학과 2학년 민병호, 이민정, 홍혜인 씨가 스마트배재관 세미나실을 찾았다.
이들은 책상에 놓인 마이크 앞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신간 소설책을 수차례 반복하며 읽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하고 맑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생수로 목을 가다듬으며 책을 낭독하는 녹음 작업을 계속했다.
의류패션학과 3학년 이동민, 소주희, 백송이 씨는 대학 정보과학관 1층에 위치한 컴퓨터실에서 최근에 출간한 소설책을 워드작업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모니터 옆 소설책과 컴퓨터 자판을 번갈아보며 쉴 새 없이 타이핑을 하느라 손가락이 저릴 정도였다.
잠시 자판기 커피를 뽑아 여유를 찾은 다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3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된 워드작업은 날이 저물어서야 끝이 났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이 개설한 교양과목인 ‘인성과 예(禮)티켓’ 수강생 60여 명이 뜻깊은 활동에 나섰다.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 교과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전지역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목소리 재능기부와 타이핑 봉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내달말까지 200권의 낭독봉사와 워드봉사를 목표로 대전 문화동에 위치한 한밭도서관 내 점자도서관으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각 낭독팀과 워드작업팀으로 나눠 한 달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구슬땀을 흘리기로 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수강생 60여 명이 2~3명씩 팀을 이루어 시작했는데,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는 학생들이 하나 둘씩 늘면서 현재는 백여 명의 학생이 봉사 참여 의사에 나섰다.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해 활동 중인 한국어문학과 2학년 민병호 학생은 “예전에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바빴지만, 지금은 녹음실을 찾아 조금이나마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끼고 뿌듯하다”고 하였고, 홍혜인 학생도 “내 목소리가 시각 장애인들에게 세상으로의 통로가 되는 큰 힘이라고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주시경교양대학에서‘인성과 예(禮)티켓’을 가르치는 김하윤 교수는 “학생들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나’가 아닌 ‘우리’로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 사진설명 : 낭독봉사 활동 중인 민병호, 이민정, 홍혜인 학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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